"한국도 키스 보유국" 오픈런까지…해외 브랜드 공들이는 패션업계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4.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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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주요 패션기업 해외 유명 브랜드 확충

로에베 퍼퓸 성수 팝업 매장 모습/사진=조한송 기자로에베 퍼퓸 성수 팝업 매장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침체한 내수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의류 회사들이 인지도 높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속속 들여오고 있다. 국내 의류 시장이 저가 SPA와 신명품 등 고가 시장으로 양분화하자 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 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 (15,880원 ▲130 +0.83%)이다. 올해에만 6개 브랜드를 론칭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상반기에만 스페인 럭셔리 향수 '로에베 퍼퓸', 프랑스 무알코올 비건 향수 '에르메티카', MZ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미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더로우' 등을 론칭했다. 오는 9월에는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의 론칭도 앞두고 있다. 패션을 비롯해 향수 부문에서 고르게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충한 것이다.



로에베 퍼퓸은 현재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공식 매장을,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각각 운영 중이다. 갤러리아점 대비 대규모 제품이 구비된 성수 팝업 매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오픈 이후 평균적으로 평일 300명, 주말 5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뜨겁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예상보다 초기 반응이 좋아 일부 제품은 품절됐다가 재입고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에베 퍼퓸은 올해 2개 매장을 추가로 열며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스템, 타임 등 자체 국내 브랜드가 강했던 한섬 (17,850원 ▲210 +1.19%)도 해외 브랜드 확충에 힘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리던(RE/DONE)'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성수동에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키스(KITH)'의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2년여간 공들인 끝에 복수의 사업체를 제치고 한국에 키스 매장을 유치한 것이다. 이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 이은 4번째 글로벌 매장이자 아시아 2호 매장이다. "한국도 키스 보유국이 됐다"는 소식에 입장객이 몰리며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신규 해외 브랜드들이 초기 흥행하면서 이를 들여온 국내 의류 회사들의 기대감도 높아진다. 해외 패션 브랜드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국내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데 투자할 수 있어서다. 해외 패션이 국내 브랜드 매출 상승을 이끄는 연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해외여행 수요 증가 등의 여파로 의류업계 전반으로 매출이 부진했던 만큼 올해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비해 기업들도 고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체험 위주의 팝업 매장을 선보이며 매출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변동에 따라 취약한 브랜드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황에도 강한 핵심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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