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현지화 그룹, 한국으로 눈 돌리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6.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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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V/사진=SMWayV/사진=SM


3일 새 앨범을 발매한 그룹 WayV(웨이션브이)는 타이틀곡 'Give Me That'을 한국어와 중국어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했다. WayV의 앨범에 한국어 수록곡이 포함된 건 2021년 3월 발매한 미니 3집 'Kick Back'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이들은 데뷔 후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지화 그룹으로 그동안 중화권에 집중했던 WayV는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한국 활동에도 힘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WayV가 속한 NCT의 또 다른 현지화 그룹 NCT WISH는 데뷔 때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 지난해 9월 'NCT Universe : LASTART'를 통해 결성된 NCT WISH는 데뷔 싱글 'WISH'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발매한 뒤 양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NCT의 하위 유닛인 두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소속사들의 현지화 그룹 역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JYP의 일본 현지화 그룹 니쥬는 지난해 10월 정식으로 한국 데뷔 싱글을 발매했으며, 넥스지는 현지화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먼저 정식으로 데뷔했다. 미국에서 데뷔한 비춰 역시 국내 음악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췄다. 하이브 레이블 산하 앤팀 또한 지난해 11월 정규 음반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전개했다.

니쥬/사진=JYP니쥬/사진=JYP


현지화 그룹은 K팝의 트레이닝 시스템과 스타일을 본떠 해외 현지에서 데뷔하고 활동하는 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주 무대는 한국이 아닌 해외지만, 최근에는 한국 시장까지 공략하는 현지화 그룹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K팝 그룹의 성공 공식은 한국에서 데뷔 해 몸집을 키운 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지 가수가 현지 언어로 활동하는 현지화 그룹은 이러한 생각의 틀을 깼다. 현지에서 데뷔해 몸집을 키워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WayV, 니쥬, 앤팀 등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데뷔한 WayV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20년 데뷔한 니쥬 역시 데뷔와 동시에 오리콘 차트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일본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비록 한국에서는 그 관심도가 덜했지만, 이들이 현지에서 가꿔온 팬덤과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미 성장한 그룹에게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다. 국내 첫 쇼케이스를 개최한 WayV는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다양한 팬들과 만날 수 있다"며 "우리도 글로벌 차트에서 좋은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NCT WISH/제공=SMNCT WISH/제공=SM
반면, NCT WISH·넥스지 처럼 이제 데뷔하는 현지화 그룹들이 데뷔 과정에서 한국을 빼놓지 않는 이유는 한국 시장이 가지는 영향력 때문이다. '이제는 K팝에서 K를 떼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실제로 이러한 시도에 나서는 그룹도 많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 시장은 K팝 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K팝의 유래를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K팝이 장르를 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며 현지화 그룹이 많아진 지금 상황은 현지화 그룹에게도 레드 오션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현지에서 데뷔한다는 사실만으로는 팬들을 유입시키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에서 활동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더해진다면, 관심이 생길 법도 하다. K팝의 본고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캣츠아이/사진=하이브캣츠아이/사진=하이브
한 가요 관계자는 "K팝의 글로벌 성장에 따른 현지화 그룹의 역수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현지화 그룹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전히 많은 현지화 그룹은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하이브 레이블의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 일본 현지화 그룹 24kumi를 비롯해 필두로 CJ ENM 산하 일본 현지화 그룹 이슈(IS:SUE), JYP의 중국 현지화 그룹 Project C 등이 데뷔를 준비 중이다. 과연 이들은 한국 시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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