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석유·유전' 붙었다 하면 활활…테마주 '묻지마 급등' 주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6.05 05:51
글자크기
희비 엇갈린 석유·가스 테마와 신재생에너지/그래픽=이지혜희비 엇갈린 석유·가스 테마와 신재생에너지/그래픽=이지혜


포항 앞바다에 최대 140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에 관련 테마주들이 연일 들썩인다. 반면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관련주들은 주가가 하락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증권가에서는 석유개발 성공 가능성이 아직 미지수인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가스공사 (61,900원 ▼1,600 -2.52%)는 전일 대비 700원(1.81%) 오른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상한가(전일 대비 30% 상승)에 이어 이날도 장중 최고 27.52%까지 올랐지만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며 변동성을 키웠다.



도시가스 관련주인 대성에너지 (9,900원 ▼140 -1.39%)는 13.74% 상승한 반면 지에스이 (3,830원 ▼120 -3.04%)는 장중 최고 23.56% 상승한 이후 2.93% 하락 마감했다. 석유류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흥구석유 (14,350원 ▼140 -0.97%)는 18.4% 올랐다.

석유개발과 관련성 높은 종목들도 주목 받았다. 석유 수송용 강관을 생산하는 동양철관 (1,105원 ▼65 -5.56%)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LPG 용기용 밸브를 생산하는 화성밸브 (8,510원 ▼790 -8.49%)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전날 정부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140억 배럴은 매장량 기준 세계 15위권이며 금액으로는 약 2250조원에 달한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450조원)의 5배에 이른다.

석유 시추와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관련 기업들은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시추 단계에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지면서 플랜트 기업에 수혜가 예상되고 시추한 석유를 수송하는데 쓰이는 파이프 생산 기업이나 원유 시추·운반에 관련된 해운·조선 업체들 역시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생산 석유가 수입산 대비 채산성이 높을 경우 한국가스공사나 한국전력 등 공기업도 일부 수혜 가능성이 있다.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성이 떨어지는 데도 주가가 급등하는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ANKOR유전 (462원 ▼51 -9.94%)의 경우 이름에 유전이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상한가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 종목은 미국 멕시코만 천해에 있는 앵커유전에 투자하는 펀드로 현재는 자산 대부분을 배당으로 분배하고 청산이 진행 중이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종목임에도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 (18,520원 ▼680 -3.54%) 역시 자원개발이 아닌 아스팔트와 합성수지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석유개발 테마로 묶이면서 이틀 연속 급등했다.

석유 테마주와는 달리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관련주들은 약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투자가 석유개발에 집중될 경우 신재생 관련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재생에너지 대표 기업인 한화솔루션 (29,900원 ▼450 -1.48%)은 이날 3.73% 하락 마감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기업 지투파워 (9,730원 ▼170 -1.72%)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하는 금양그린파워 (13,450원 ▼290 -2.11%)도 각각 6.83%, 4.87% 떨어졌다. 풍력발전 설비업체 씨에스윈드 (46,450원 ▲300 +0.65%)는 3.24% 조정을 받았다.

수소 관련주인 두산퓨얼셀 (22,600원 ▲500 +2.26%)은 2.69% 하락했고 범한퓨얼셀 (23,350원 ▲600 +2.64%)에스퓨얼셀 (16,380원 ▲790 +5.07%)은 5%대 약세로 장을 마쳤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원자력 관련주인 두산에너빌리티 (20,900원 ▲50 +0.24%), 우진엔텍 (38,800원 ▼600 -1.52%), 비에이치아이 (10,500원 ▼280 -2.60%) 등은 7~9%대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석유개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섣불리 판단하고 투자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석유 시추 계획은 향후 추가적으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겠으나 조금은 이른 시점"이라며 "천해가 아닌 심해이기 때문에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생산 단가는 시추 횟수 및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