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바이오 전쟁에 韓 반사이익 '기대'…"추격하는 일본 견제해야"

머니투데이 샌디에이고(미국)=홍효진 기자 2024.06.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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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바이오 USA]
중국 '우시' 불참…'K-바이오' 출격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생물보안법, 국내 기업에 기회…일본은 견제해야"
한·미 라운드 테이블 비공개 개최 "바이오산업 협력 아젠다 도출"

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가 마련돼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가 마련돼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바이오 패권 전쟁 본격화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바이오 업계는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 안보'를 강조한 만큼 중국 기업을 대체할 협업사 찾기에 진심인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앞다퉈 공격적으로 '우시 빈집'을 노리는 만큼 국내 기업의 전략적 시장 침투가 중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는 수만명 인파가 행사 현장을 찾았다. 행사 시작을 알린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740,000원 ▲4,000 +0.54%)에만 방문객 1000여명이 몰리는 등 'K-바이오'의 입지가 굳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179,100원 ▼700 -0.39%), SK바이오팜 (76,900원 ▼1,100 -1.41%)·SK바이오사이언스 (50,500원 ▼900 -1.75%) 등 부스에도 최소 300~500명가량의 방문객이 모여들었다.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인지도 강화적 측면도 있지만, 미국 정부가 올 초부터 중국 바이오산업 견제 목적으로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법안에 언급된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은 중국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CDMO 기업으로, 전 세계 CDMO 시장의 약 10%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3위 업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법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상원과 하원 위원회를 통과했고 본회의 의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실제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국내 기업의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과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간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완공 일정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해외 기업에서 계약 등 비즈니스 관련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업계에선 정부가 나서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만큼 "대세를 따르겠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바이오 USA 현장을 찾은 한 미국 항암제 개발 바이오벤처 대표는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 중국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맞다"며 "CDMO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중국 CDMO 및 CMO(위탁생산) 기업과 협력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느낀다"며 "업계 우려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한국관 개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한국관 개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막 전날 18개국이 참여한 ICBA(세계바이오협회 위원회) 회의에서도 미국 측은 생물보안법 관련 강한 아젠다를 피력했다"며 "국가적 안보라는 명제로 중국 산업을 견제하려는 접근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회의에서 존 크라울리 미국바이오협회 신임회장은 '국가 안보'를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혁신 기술과 관련해 "현재 미국은 자국 기술과 정보 안보가 가장 중요한 사안인 만큼 연내 생물보안법의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국내 기업에 분명한 기회인 건 맞지만 일본 CDMO사 후지필름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우호 관계 측면에서 우세한 일본이 우시의 '빈집'을 노리고 있어서다. 정부 차원의 CDMO 사업 등 관련 지원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후지필름이 최근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일본은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업 세제 혜택 등 우리 자체적으로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는 오는 4일(현지시간) 미국바이오협회와 비공개로 '한·미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진행, 아젠다를 도출한 뒤 오는 6월 말쯤 바이오 협력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미 라운드에서도 생물보안법 내용이 의제로 거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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