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법에 발목 잡힌 '은행주 밸류업'/그래픽=김다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분을 △KB금융 8.23% △신한금융 8.04% △하나금융 8.49%(이상 2024년 1분기말 기준) △우리금융 6.31%(2023년말 기준)을 보유 중이다. 이중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보유한 국내 주식도 많지만 은행주를 더 담기는 여의찮다. 금융지주회사법의 보유 제한 규정에 막혀서다. 2011년 정부가 국민연금을 금융자본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있도록 '10%룰'이 개정됐으나 은행주는 예외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이 주요 은행주 지분을 10%에 육박할 정도 갖고 있었으나 최근 8%대에 맞추고 있다"며 "은행주의 자사주 소각 등이 활발해지면서 10% 보유 제한에 여유를 두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10%룰' 은행주 저평가·외국인 지분 증가 요인 중 하나…배당 확대, 국민 노후 자금 관리에 도움
4대 금융, 올해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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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이 1101조원까지 늘어난 국민연금 입장에서 은행주는 최적의 투자처 중 하나지만 투자를 늘리기가 힘들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33.3%로 국내주식 투자 비중(14.2%)보다 19.1%포인트 높다.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투자처가 적다는 게 비중 차이의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현금배당수익률(4일 종가기준)은 3.94~7.11%로 국민연금의 수요를 채워줄 수 있다. 또 연기금의 은행주 보유는 배당 확대가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자 수익으로 거둔 이익을 배당 확대에 쓰고, 이것이 국민 노후 자금 관리에 도움을 주는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지분 제한은 국민연금의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위탁운용사의 은행주 매수에도 영향을 준다. 개인의 관심이 적고, 주요 기관의 매수가 제한되는 상황은 은행주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또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은 것(4대 금융 평균 63%)에도 영향을 줬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연기금 지분 제한이 완화된다면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주식을 살 수 있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이 우선 반가울 것"이라며 "현재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위탁운영사 등 기관투자자도 제한이 되기 때문에 국내 수급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은행주 지분 확대가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당한 경영권 간섭이 이뤄지지 않도록 경영을 잘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인 '10%룰' 완화 방식도 거론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은산분리 이슈와 엮여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검토가 해야 한다"면서도 "주요 투자자의 보유 한도 규제로 인해 밸류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어 제도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