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석유 뿜을까…50여년 전엔 겨우 '경유 1드럼통' 나와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2024.06.0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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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 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한 3일 오후 2017년 3월 8일 오후 영일만과 연결된 포항송도해수욕장에서 카이트보드 회원들이 수면위를 달리고 있다. 2024.6.3/뉴스1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 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한 3일 오후 2017년 3월 8일 오후 영일만과 연결된 포항송도해수욕장에서 카이트보드 회원들이 수면위를 달리고 있다. 2024.6.3/뉴스1


경북 포항 동해 앞바다에 석유·가스전을 찾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이르면 11월부터 본격 개시된다. 과거 박정희 정부 때도 포항 영일만 인근에 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정부가 시추 성공률을 20%로 제시한 가운데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가스전 후보 해역에서 시추 탐사에 나선다.



대왕고래는 한국석유공사가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붙인 명칭이기도 하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에 물리 탐사 분석을 맡기고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외 업체와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한 검증을 거쳐 탐사지역을 선정했다.

산업부와 공사는 해당 해역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자원(석유·가스)이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상 매장 규모 중 4분의 3은 가스, 석유는 4분의 1인 것으로 추정했다. 수입 대체 효과는 140억 배럴 기준으로 원유·가스 수입 평균 가격을 곱해 계산한 약 1조4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심해 가스전 개발 계획을 수행하는 석유공사는 이르면 올해 11월, 늦어도 12월 '대왕고래'의 유망 구조(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에서 시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탐사선과 투입 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포항 영일만 인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5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포항 영일만 인근에 시추공 3개를 뚫다가 2공구에서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검은 액체를 발견했지만 경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지점 인근에서 원유로 추정할 수 있는 물질도 발견되지 않았다.

포항에선 이후에도 주택가에서 석유가 발견되거나 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되는 일이 있었다. 2016년부터는 포항 앞바다에 천연가스가 매장돼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엔 다를 것이란 입장이다. 탐사기술이 과거보다 발전했고 충분히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8광구와 6-1광구 주변에 대해 이전부터 자료를 축적했는데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시점이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 사이고 최근에 자료 분석이 이뤄졌다"며 "자료를 심층 분석 맡긴 결과 생각보다 성공률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탐사 시추 성공률은 20%다. 현존하는 심해 가스 광구 중 가장 큰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의 최초 탐사 시추 성공률이 7%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5번 시추하면 하나에서 나온다는 뜻"이라며 "2026년까지 최소 5번 이상 뚫겠지만 중간에 어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 유동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고 본다. 특히 시간과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탐사 시추에 성공한 동해 가스전은 수심이 60m 수준으로 얕은 대륙붕에서 개발했음에도 탐사에 3년, 상업개발에만 6년이 소요됐다. 비용도 1조2000억원 이상 투입됐다.

이번에는 수면으로부터 1㎞ 아래 깊은 심해에 있는 유전을 개발하는 것으로 동해 가스전 개발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1공당 시추 비용이 1000억 원은 넘을 것으로 본다. 영국은 1960년대 말 북해 유전을 개발할 당시 33번째 시추공에서 기름을 발견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탐사 성공률이 20%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유전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성공 가능성은 확률일 뿐인 거고 5번 시추해서 나올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실패하더라도 한번 성공하면 20~30년간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된다. 한번의 성공이 나머지 실패를 보상하고 남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자원개발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초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민간 참여가 저조한 국내 유전·가스전의 개발과 해외 탐사사업 분야 투자를 위해 올해 공기업 유전개발 출자금을 지난해 301억원보다 60% 늘린 481억원으로 책정했다.

내년 상반기 1공 탐사 시추 결과가 나오면 프로젝트 성공 여부의 윤곽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신 교수는 "내년 상반기 1공 시추 결과가 나오면 가장 큰 구조에서 석유·가스의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이 일차적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지금보단 훨씬 불확실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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