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법에 발목 잡힌 '은행주 밸류업'/그래픽=윤선정
4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의 대주주 삼양사는 지분 14.7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삼양사 14.28%, 수당재단 0.45%,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0.01%가 합쳐져 14.75%를 구성하고 있다. 수당재단은 삼양그룹의 장학재단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가장 효과적인 밸류업 방안 중 하나다. 매입만으로도 시장에 매수 신호를 주는데, 소각까지 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가 증가한다. 같은 금액을 배당한다면 DPS(주당배당금)이 오르는 효과도 있다. JB금융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지난해 매입한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중 200억원가량을 지난 2월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에 제동이 걸리면 밸류업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양사가 보유한 지분을 줄여주면 은행도 자사주 소각을 더 할 수 있지만 강제적으로 처분하라고 할 수 없다"며 "소각은 제한적일 것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하는 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과 삼양사의 지분 격차가 0.57%P(포인트)에 불과해 삼양사도 지분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며 "얼라인의 입김을 삼양사가 막아주는 구도를 생각해봤을 때 JB금융이 삼양사에게 지분을 줄여달라고 할 가능성도 아주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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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은 소각 대신 배당 정책으로 밸류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분기 균등 배당을 도입해서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일 방침이다.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분기 균등 배당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마친 DGB금융지주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DGB금융의 최대주주 OK저축은행은 9.5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은행지주회사때는 동일인의 15% 지분 제한이라 여유가 있었지만, 시중은행지주사가 되면서 제한선인 10%에 바짝 다가섰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는데, JB금융과 마찬가지로 소각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다만 DGB금융은 아직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DGB금융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염두에 두고 배당·지분제한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10% 가까이 채운 게 아닐까 판단이 든다"며 "구체적인 밸류업 정책은 4분기쯤 시장과 소통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