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재미 못 봐" 갈 곳 잃더니…"3.5% 막차타자" 17조 몰렸다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6.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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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추이/그래픽=윤선정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추이/그래픽=윤선정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달 17조원 가량 늘었다. 주식과 코인시장이 지지부진하며 투자처를 찾던 자금들이 은행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자금이 몰리자 내심 반가운 눈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잔액은 889조7062억원으로 전달말(872조8820억원)에 견줘 16조8242억원 증가했다. 지난 3~4월에 걸쳐 정기예금 잔액은 13조3681억원 줄어든 바 있다. 최근 들어 은행 정기예금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코인과 증시 등 투자처를 떠돌던 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은행권으로 들어왔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 코스피 지수가 2700을 돌파한 지난 3월 이후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감소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1조113억원으로 지난 3월(22조7428억원)에 비해 1조7000억원 이상 빠졌다.

코인시장도 최근 들어 지지부진하다.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점유율 1위인 업비트는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던 지난 3월 6일 56억896만 달러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이날 15시 기준으로는 6억8857만 달러까지 거래대금이 줄었다.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마저 떨어지자 '3.5% 금리 막차'로 인식하면서 자금 일부가 은행권으로 흘러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연 평균금리는 3.68%로 올해 초(3.96%)부터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가 3.5%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금리는 덜 주지만 안정적인 '은행 예금'으로 자산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예금 잔액이 늘어나면서 자금 조달에 안정성이 더해졌다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작년말 3.9% 내외에서 이날 기준 3.50~3.60%로 내려왔다.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 공시 대상인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대표 상품 35개 중 17개는 기준금리(3.5%) 이하로 최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가계대출 잔액 등이 크게 늘면서 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은행권으로서는 반가울 흐름이다. 5대 은행의 지난 5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2308억원으로 4월말(698조30억원)에 견줘 5조2278억원 늘었다. 전월에 이어 2달 연속 잔액이 늘었는데 증가폭도 4조4346억원에서 8000조원 이상 뛰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인 시장 등 투자처가 주춤하면서 금리인하기에 접어들기 전인 현재 수준 금리라도 받으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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