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식품사막'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식품을 제공하는 상점이 인근에 없어 건강유지에 필요한 식품을 구할 수 없는 지역으로 마치 물이 없는 사막과 같이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지역이다. 식품사막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 대부분은 아프리카나 중동 등의 오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식품사막이 이미 많다. 관련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2만8000여 농촌마을에 식품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마을의 73.5%에 달하는 수치다. 즉 전국 농촌마을 10곳 중 7곳 이상이 식품사막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시에서는 슬리퍼를 신고 슬슬 걸어가서 쉽게 사는 계란, 라면, 쌀 등을 이곳 주민들은 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나가서 구해야 한다. 예전에는 자신이 사는 마을에 식품소매점이 없으면 옆 마을의 소매점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옆 마을에도 식품소매점이 없어 차를 타고 30분~1시간 운전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나가서 식품을 구매해야 하는 농촌마을은 파악조차 어렵고 그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농촌보다는 사정이 좀 낫지만 도시에도 식품사막이 확산하고 있다. 중소도시 중 구도심의 공동화가 진행되는 곳에서 식품소매점이 철수하면서 식품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체력이 떨어져 오래 걷지 못하고 자동차 등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고령취약계층은 이미 식품사막 속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식품사막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지자체와 지역공동체가 무인식품판매점을 설치하고 주기적인 이동판매사업을 시작해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식품사막이 우리나라 식품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