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 시대의 신지식인, 호모 프롬프트

머니투데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4.06.0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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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지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999년 국민의 정부는 새 밀레니엄을 맞아 이른바 신지식인 선발을 시작했다. 신지식인은 학력, 스펙에 관계없이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발상으로 지식의 활용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의미했다. 인재상은 시대변화와 사회적 수요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데 당시 신지식인은 지식정보사회의 니즈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재상이었다.

한 세대가 지난 오늘날의 인재상은 그 당시와는 다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의 동인은 AI(인공지능)다. AI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했고 지식 생성과 활용, 학습에 있어서 강력한 조력자이자 불가결한 도구가 되고 있다. AI는 가장 강력하고 지능적인 도구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고 같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도구의 성능은 사용자의 능력에 달렸다. AI를 잘 알고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은 미래 인재가 반드시 갖춰야 할 경쟁력 중 하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경쟁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국제정치학자 수전 스트레인지는 국제정치에서 국가의 구조적 힘(structural power)으로 안보력, 생산력, 재정, 지식 4가지를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안보능력은 절대 중요하며 생산력이나 재정능력 또한 자본주의 국제질서에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다. 그런데 스트레인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 건 바로 지식이다. 왜냐하면 지식을 갖고 있으면 안보를 어떻게 지킬지,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돈을 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지식은 힘"이라고 말했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정보와 지식이야말로 혁명적 부의 원천"이라고 선언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 지식을 창출하고 이로부터 지능과 지혜를 얻는 것은 인간의 지적 활동이다. AI 덕분에 우리는 짧은 시간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해결책과 지식정보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AI와 상호작용하고 협력해 지식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현대인, AI를 지식도구로 활용해 혁신을 이끄는 신지식인이 바로 '호모프롬프트'(Homo Promptus)다.



신조어 호모프롬프트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컴퓨터 시스템에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의미하는 프롬프트(Prompt)의 합성어다. 호모프롬프트는 단순히 AI를 도구로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 아니라 AI를 지식 파트너로 활용해 소통·협업하면서 창의적 결과물을 생성하고 지식가치를 높이는 사람이다. 뻔한 질문으로 뻔한 답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하고 추가질문과 보충질문으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AI에 효과적으로 질문해 유용한 답변을 얻는 과정, 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 중요하다.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자 지난해 3월 블룸버그통신은 AI가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명령어를 작성하고 관련 인력을 훈련하는 등 AI 조련사 역할을 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연봉 33만달러(약 4억원) 이상 고액을 받을 수 있는 유망 신직업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호모프롬프트는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오류나 윤리문제를 포함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제시된 답변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도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의 '2024 업무 트렌드' 최신 보고서를 보면 이미 글로벌 지식근로자의 75%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생성형 AI 기술과 함께 호모사피엔스는 호모프롬프트로 진화 중이다. 모든 호모프롬프트는 호모사피엔스지만 모든 호모사피엔스가 호모프롬프트가 되는 건 아니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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