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낮추는 韓 상속세율, OECD 평균수준으로 낮춰야"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김주현 기자 2024.06.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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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송호경 가비파트너스 대표이사(왼쪽부터),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민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송호경 가비파트너스 대표이사(왼쪽부터),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민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상속세 개편이 시급하다는 시장과 학계 요구가 거세다. 상속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춰 궁극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수준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의 핵심이 세제지원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제 막 개원한 22대 국회도 '여소아대' 국면인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나온 결론을 다음달 말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담겠다는 것이다.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나온 시장과 학계 요구 핵심은 상속세 부담 완화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기업 가치가 디스카운트(저평가)되는데 세제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속세"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꾸준히 상속세 개편을 요구해왔다. 최대주주 할증을 감안하면 60%에 이르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밸류업 측면에서 봐도 상속을 염두에 둔 최대주주는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없다. 주가가 오를수록 내야 하는 상속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구조여서다. 주가가 오르길 오매불망하는 소액주주와 애초에 이해관계가 다른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구체적인 상속세 완화 요구가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상속세율 10%p(포인트) 인하 및 과세표준 구간 개편을 주장한 데 이어 토론자로 나선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점진적인 상속세율 인하를 주장했다. 경제규모 팽창이나 개인들의 자산 증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상속세율을 40%로 인하하되, 점진적으로는 OECD 평균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최고 상속세율 평균은 약 25%(상속세 운영 국가 기준)다.

윤 교수는 "요즘 고액 자산가들이 상속세가 없는 나라로 이민을 가는 시도가 무척 많다고 하는데 이런 국부 유출과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상속세는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교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상속세제 개편도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물려받는 재산'만큼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현재 상속세 제도를 운용하는 24개 OECD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을 적용한 나라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법인세 인하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당을 늘린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및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와 별개로 법인세율의 점진적 인하가 뒤따라야 한단 주장이다. 오 교수는 "법인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미친다"며 "많은 국가들이 단일세를 들고 있는데 우리는 (과세표준 구간이) 4단계나 되고 세율도 높아 기업들이 활동하기 아주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1%p 하향(25%→24%)됐지만 재계에선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과세표준 구간도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달라는 요청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경우 폐지하거나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는 '1400만 투자자 감세'라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막힌 상태다.

정부 역시 밸류업을 위한 세제개편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부자감세'라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밸류업을 위한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공청회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기재부가 상속세 개편 등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국회몫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상속세 완화 등에 부정적이다.

이에 따라 상속세와 관련해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대상 한도 확대 등 밸류업과 연관성이 큰 내용들만 우선 세법개정안에 담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법인세는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부분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및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상속세제의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 및 세율 하향조정,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은 장기과제로 남겨둘 것이란 관측이다.

조만희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국장)은 "밸류업 세제지원은 실효성이 있어야 하고 과세형평도 돼야 하고 세수 측면에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상속세 완화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시각이 있고 민감한 이슈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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