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이 3일 취임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화 구단은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제14대 김경문 감독 취임식을 개최했다.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와 손혁 단장, 주장 채은성과 간판스타 류현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취임식에서 김경문 감독은 74번의 새 유니폼을 입고 각오를 전했다.
시즌이 이미 시작한 상황이기에 자유계약선수(FA)를 통한 영입은 불가능한 상황. 트레이드를 통해 김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팀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트레이드를 논하기는 이르다. 경기를 치르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코칭스태프의 개편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KBO리그에서만 14시즌을 사령탑으로 보냈기에 자신의 야구 철학을 잘 이해하고 호흡이 잘 맞는 코치진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일명 '김경문 사단'을 꾸리는 게 단기간에 더 좋은 성과를 내기에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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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이 취임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선수 기용과 자신의 야구 철학과 관련된 이야기에선 힘을 줘 말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의 가치를 높게 사고 발 빠른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믿음의 야구'로 불릴 만큼 한 번 눈도장을 찍은 선수에겐 확실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가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았기에 앞으로는 젊은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더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은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지만 김 감독의 베테랑 중용 의지를 읽어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한화엔 젊은 선수들이 많다. 김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면 좋은 것이다. 내야수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한화는 젊은 투수들이 좋다. 그 선수들을 바탕으로 강해지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적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조건이라면 오히려 각종 변수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베테랑을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외야수 김강민과 2군에 머물고 있는 이명기 등이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해볼 수 있다. 1루수를 두고도 안치홍과 김태연, 채은성 등이 기회를 나눠가져가고 있는데 안치홍이 더 많은 경기에 나서게 될 수 있다.
'믿음의 야구'는 계속된다. 김경문 감독은 현역 시절 한 번 눈도장을 찍은 선수에게 확실하게 믿음을 보이며 부진해도 꾸준히 기회를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할대에 허덕이던 이승엽을 꾸준히 중심타선에 배치했고 결국 일본과 준결승전, 쿠바와 결승전에서 연속 홈런을 터뜨린 게 가장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김경문 감독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가 이러한 기회를 먼저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중 하나는 뛸 수 있는 선수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감독 시절 이종욱, 고영민, 정수빈, 오재원, 민병헌 등을 앞세워 '육상부'를 가동시켰다. 두산은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를 흔들어놨고 한 베이스 더 달리는 전략으로 손쉽게 득점해 상위권에 머물 수 있었다.
한화는 현재 도루 부문에서 30개로 9위에 머물러 있다. 도루 성공률은 62.5%로 최하위다. 반면 주루사(22개)는 4번째, 견제사(3개)는 3번째로 많았다. 발 빠른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루 플레이에서 손해를 보는 일도 많다는 걸 알 수 있는 지표다.
김 감독은 "(도루 성공률) 꼴찌를 하고 있더라. 점수 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느 팀이나 빠른 선수들이 많다면 강해질 수 있다"며 "한화도 빠른 선수들,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더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루플레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장진혁이다. 요나단 페라자와 함께 5도루로 팀 내 1위에 올라 있는데 실패가 한 번도 없었다. 페라자는 4차례나 실패했다. 최근 타격감이 가라앉아 있지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누구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카리스마형' 지도자로 알려진 그는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선수단에 가장 강조한 것도 그것이다. 김 감독은 "야구는 한 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이라며 "팀이 어려운 때이니만큼 한 사람의 마음보다는 같이 마음을 모아 매 경기를 풀어가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훈련과 경기 과정에서 자신만을 위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는 눈 밖에 날 수밖에 없고 반면 팀을 위한 희생이 돋보이는 선수는 김 감독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취임식과 기자회견을 치른 뒤 곧바로 수원으로 향했다. 4일부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치러질 원정 3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팀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김 감독에게 맡겨진 임무는 명확하다. 바로 가을야구 진출이다. 김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라며 "한화는 성적이 떨어져 있지만 충분히 반등 가능성이 있다. 2등이라는 것이 내 자신에겐 아픔이었다. 이곳 한화 이글스, 팬들과 함께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가운데)이 류현진(왼쪽), 채은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