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양성자 가속기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토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의 시발점이 된 이 사건은 '기계적 결함(페달)'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2011년 2월 종료됐다. NASA(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우주방사선'에 의해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생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사한 분석 결과는 계속해서 보고됐고 결국 2013년 10월, 토요타 차량의 급발진이 기계 결함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사고였음이 법원 판결에 의해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만난 이재상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토요타 사건 이후 우주방사선이 일으키는 '소프트 에러(soft error)'에 대한 관심이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커졌고, 가속기 실험을 통해 결함을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100MeV의 고에너지를 가진 우주 감마선이 공간에 분포해 있는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양성자과학연구단의 양성자가속기 시설로 들어가는 입구 모습. /사진=박건희 기자
양성자가속기를 구성하는 빔라인의 내부 모습. 전기장을 이용해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후 물질과 충돌시키는 공간이다. /사진=박건희 기자
2017년 1.37대 1을 기록했던 양성자 빔 서비스의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2020년 이후 3대 1 정도의 경쟁률을 유지 중이어서, 신청자 3인 중 1인만 품질을 검사하는 꼴이다. 이 단장은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올해 8월부터 가속기를 24시간 가동한다"고 밝혔다. 낮에만 운영하던 가속기를 이제는 밤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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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의 양성자가속기 활용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연 '최다 사용자'다. 120~130일 정도인 연간 빔 서비스 일수 중 40%를 반도체 기업이 차지한다. 인공위성 개발이 활발해지며 우주 부품 기업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도체·우주를 합치면 연간 빔 서비스 일수의 약 60%를 굵직한 산업체에서 활용한다.
빔라인에서 생성된 최대 100meV에 달하는 에너지가 최종적으로 목표한 제품에 빔을 쏴 그 영향을 확인하는 공간인 표적실. /사진=박건희 기자
이 단장은 "이온빔 서비스를 시작하면 국내 기업은 산업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설립 계획에 대해선 "조사(照射) 시설은 이미 구축했지만, 공정 설비 등을 마련하는 데 1~2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반도체 이온빔 구축 사업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중기재정사업의 일환으로 심의 중이다.
이 밖에도 인공위성 등 우주 장비·부품 개발을 위한 '우주 환경 모사 장치'가 지난해 9월 개발돼 운영 중이다.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에 탑재될 반도체를 사전 검증하는 장치다. 우주로 발사된 뒤 우주방사선의 영향으로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을 최소화한다.
이 단장은 "현재 100meV 수준인 양성자가속기의 성능을 추후 200meV의 고에너지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최종 반도체 실증 시험을 국내에서 완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양성자과학연구단의 양성자가속기의 개요를 설명 중인 이재상 양성자과학연구단장 /사진=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