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이현욱, 눈이 즐거운 설계된 연기

머니투데이 이경호 기자 ize 기자 2024.06.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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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은 이현욱./사진=-NEW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은 이현욱./사진=-NEW


지난 5월29일 개봉 후 뜨거운 화제를 모으는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 제작 영화사집)에는 강동원을 비롯해 이미숙, 김신록, 이무생 등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런 가운데 기대 이상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이현욱이다.

이현욱은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아 독보적인 매력을 뿜아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설계자'에서 월천은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이끄는 삼광보안의 일원이다. 월천은 위장의 귀재다. 영일이 설계한 청부 살인을 완성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은 이현욱./사진=-NEW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은 이현욱./사진=-NEW
월천은 '위장의 귀재'답게 팔색조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나가는 길에 눈길 훔치는 여장부터 무리 속에서 이질감 없이 들어가 있는 역할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방심하는 순간 갑자기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존재였다. 또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영일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영일의 의심 지수를 끌어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설계자'의 영화적 재미를 배가하는 데 톡톡한 공을 세웠다. 재키(이미숙)에게는 여동생처럼, 점만(탕준상)에게는 형이자 누나인 듯한, 영일에게는 듬직한 동생의 모습으로 등장해 시선을 강탈했다.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서는 '형? 언니?'라는 생각과 함께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월천은 이현욱 덕분에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극 전개상 기능적 역할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관객들이 놓쳐서는 안 될 인물 중 하나로 만들었다. 변장의 귀재처럼, 극 흐름에서 관객들의 시야를 잠시 동안 뿌옇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여장을 한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그의 모습은 캐릭터에 대한 혼란을 더하며 호기심을 극대치로 끌어올린다. 탄산수처럼 톡 쏘는 연기는 이제까지 주로 악역연기를 주로 선보인 이현욱의 색다른 모습이다.


이현욱은 2019년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유기현 역을 맡아 대중에게 '악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소화하면서 시청자,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타인의 지옥에서' 보여준 바짝 날이 선 칼 같은 매서운 눈빛 연기는 오래 회자되고 있다. '이후에도 '마인' '도적:칼의 소리' 등에서 '악역 전문 배우'가 된 그다. 만나면 뭔가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정도.

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은 이현욱./사진=-NEW영화 '설계자'에서 월천 역을 맡은 이현욱./사진=-NEW
이런 이현욱이 '설계자'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청부 살인을 이행하는 한 사람으로서는 분명 악인이다. 그러나 이전의 악인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악을 감춘, 변장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위장, 변장을 통해 이현욱은 악인이 아니어도 여러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캐릭터 속 캐릭터로 분한 그였기에 역할과 일체되는 변신은 '설계자'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설계된 연기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설계자'를 통해 위장, 변장의 귀재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안긴 이현욱. 그가 앞으로 캐릭터를 통해 보여줄 연기 변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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