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미국의 관세폭탄에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4.06.03 02:03
글자크기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2018년 4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터졌던 미중 관세 폭탄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초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의 과잉생산을 강하게 비판한 후 미국 정부가 대중 추가 관세를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정부도 보복관세를 규정한 관세법을 개정(4월26일)한 데 이어 일부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착수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입장은 뭔가. 미국은 중국이 신에너지 관련 제품(예: 전기차, 리튬이온전지, 태양광 패널)과 철강을 과잉생산하고 보조금 등을 통한 저가 수출전략으로 전 세계 산업계를 교란하고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단 시각이다. 예컨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정부가 EV(전기차)와 PH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에 대해 2009~2022년간 총 1730억달러(234조원)의 보조금을 지출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 전기차 관세율은 현행 25%의 4배인 100%,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리튬이온전지와 철강, 알루미늄 관세율은 현행 7.5%의 3배 이상인 25%로 인상, 8월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 중국은 미국의 '중국 과잉생산' 지적에 대해 이는 중국의 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신질(新質) 경쟁력' 정책으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미국의 관세 폭탄을 '보호무역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5월19일 화학제품(예: 폴리아세탈 수지 등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반덤핑 여부 조사' 발표, 22일엔 록히드마틴 등 미국의 12개 방산업체 제재로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 '반덤핑 조사'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대만도 포함하고 미국, EU를 겨냥한 수입차 관세인상 검토도 발표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에 유럽 등 여타국이 동참하지 않도록 '갈라치기'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도 아닌 바이든 대통령 때 왜 또다시 미중 관세전쟁이 터지고 있을까. 미국, 중국의 어려운 국내 정치·경제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알다시피 미국은 11월 초 대선을 앞두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가 대단하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국민이 환호하는 트럼프의 '대중(對中) 강경 이미지'를 부술 수 있는 펀치 한 방이 급한 셈이다. 현재 자동차와 철강이 주력산업인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가 대선의 박빙 지역인 점도 대중 강경정책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는 것도 'G2의 자존심'만이 아니라 그만큼 국내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침체와 25%를 넘나드는 청년 실업률로 놀란 개인들은 지갑을 닫아버렸고 이는 상당히 장기화할 거란 의견이다. 내수가 얼어붙은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부가가치인 신에너지 관련 산업을 집중 투자·육성하고 수출 드라이브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전망은 어떤가. 우선 미중만이 아니라 전 세계 수출입이 관련돼 있어서 각국의 셈법은 복잡하다. 미국의 경우 대중 수출억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고 다분히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왜냐면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2023년 기준 전기차 총수입 14만대 중 7000대(5%)이고 중국산 철강 수입도 미국 전체 수요의 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우려하는 건 중국 전기차 수출이 많은 EU나 중국 철강 수출이 많은 남미(예 : 칠레, 브라질)의 대중 관세율 인상인 듯하다. 이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유럽순방과 관련국 제품 관세인상 검토 등으로 회유와 채찍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미국행이 막힌 중국산 철강의 유입을 걱정하면서도 자동차, 배터리업계에선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소재·부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아 반사이익이 크지 않은 데다 각국 대응에 따라 유불리(有不利)가 바뀔 수 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앞으로 신속하고 꼼꼼한 동향 파악과 시나리오 분석이 긴요한 시점이다.(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