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팍효과' 나왔다! 박병호 '트레이드→4G 3홈런→삼성 3연승' 20홈런도 충분히 가능하다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4.06.0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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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병호가 1일 한화전 1회말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삼성 박병호가 1일 한화전 1회말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드디어 '라팍 효과'가 나왔다. 박병호가 이적 후 4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리며 삼성 라이온즈의 보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병호는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회말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2타수 1안타 2볼넷 3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팀에 6-4 승리를 안겼다.



놀라운 트레이드 효과다. 지난달 28일 트레이드 발표 후 29일 곧바로 경기에 나선 박병호는 이적 후 4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3홈런 3볼넷 7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오재일과 트레이드 발표 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다. 이적 전까지 박병호는 44경기에서 타율 0.198 3홈런으로 부진했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경쟁자인 문상철이 타율 0.322 9홈런 2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4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원했고 KT 위즈는 트레이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동갑내기 거포 자원 삼성 오재일과 맞교환을 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박병호가 조동욱의 공을 특유의 스윙으로 받아 넘기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박병호가 조동욱의 공을 특유의 스윙으로 받아 넘기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의 홈구장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9m, 좌우 중간 펜스까지는 107m다. 타 구장이 부채꼴 모양으로 외야 담장이 둥글게 이뤄져 있는 것과 달리 라이온즈파크의 외야 펜스는 각이 져 있어 장타력이 있는 타자들에겐 더 없이 유리한 구장이다.

야구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구장 홈런 파크팩터(투수·타자의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는 구장의 지표)는 단연 1위다. 그만큼 홈런 타자에겐 유리한 구장이고 삼성은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박병호를 데려왔다.


박병호는 첫 경기부터 대포를 날렸다. 지난달 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회말 엔마누엘 헤이수스의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긴 타구가 빠르게 외야로 향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예상할 수 있었던 타구는 120m를 날아 장외로 뻗어나갔다.

30일 키움전에선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지만 31일 한화 이글스전 다시 깨어났다.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팀이 5-5로 맞선 6회말 2사 2,3루에서 김범수의 바깥쪽 시속 146㎞ 강속구를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좌중간으로 뻗어간 공은 비거리 135m 대형포가 됐다. 관중석 가장 윗자리보다도 훨씬 더 뻗어갔고 외야 외벽에 맞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장외로 뻗어갈 수 있는 대포였다.

라이온즈파크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2개의 홈런 모두 어떤 구장이었어도 손쉽게 담장을 넘겼을 타구였다.

홈런을 날리고 관중들의 환호 속에 베이스를 돌고 있는 박병호(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홈런을 날리고 관중들의 환호 속에 베이스를 돌고 있는 박병호(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보다는 트레이드로 인한 동기부여와 전폭적인 신뢰로 인한 심적 안정감을 찾은 효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었다. 첫날 6번 타자로 나섰던 박병호는 2번째 경기부터 4번 타자로 배치됐다.

이적 후 첫 경기부터 선발 기회를 잡은 박병호는 "조금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는 '몸 상태만 괜찮으면 경기 감각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나가는 게 맞다, 나가자'고 말씀해주셨다"며 "경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의 박병호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박진만 감독은 "그동안에 삼성 야구에서 많이 필요했던 우타 거포다. 라인업에 좌타가 많은데 요즘 보면 상대 선발로 왼손 투수들이 많이 나온다. (우타자는) 우리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는데 박병호 선수가 오면서 어느 정도 좀 채워진 것 같다"고 전폭적인 믿음을 보였다.

박병호는 믿음 속 성장한 타자다. '2군 본즈'로 불렸던 LG 트윈스 시절 꽃 피우지 못했던 기량은 넥센(키움 전신)으로 트레이드 되며 완전히 만개했다. 당시 김시진 감독이 무한한 신뢰를 보였고 LG 시절 1군에만 올라오면 심적 압박감에 시달렸던 박병호는 자신의 잠재력을 100% 끌어올리며 이듬해 홈런왕에 올랐다.

LG에서 4시즌 동안 주전 자리도 확보하지 못했던 박병호는 이후 4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했다. 첫 시즌 2016년엔 62경기에서 12홈런을 날리며 장타력만큼은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걸 증명했다.

2017년엔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채 결국 2018년 다시 KBO리그로 복귀했는데 빠른 공에 대한 대처에 약점을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타지에서 '외국인 선수'로서 못하면 내쳐질 수밖에 없는 압박감이 큰 환경 속에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영향도 컸다. 이후 2018년 KBO리그로 복귀한 박병호는 보랏듯이 43홈런을 날렸고 이듬해 33홈런으로 다시 홈런왕에 올랐다.

그 효과는 KT로 이적하며 다시 한 번 나타났다. 키움에선 하향세에 있는 박병호를 붙잡지 않았고 키움은 그에게 3년 30억원을 투자하며 가치를 인정해줬다. 박병호는 35홈런으로 개인 6번째 홈런왕에 다시 올라서며 기대에 부응했다.

박병호(가운데)가 홈런을 때려낸 뒤 삼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박병호(가운데)가 홈런을 때려낸 뒤 삼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번에도 자신을 믿어준 삼성에 첫 경기부터 홈런을 날리며 보답했다. 31일 경기에선 대형 결승 홈런까지 터뜨렸다.

1일 경기에선 기대했던 '라팍 효과'를 제대로 봤다. 1회말 1사 1,3루에서 타석에 선 박병호는 조동욱의 2구 시속 142㎞ 몸쪽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렸다. 완벽히 제구된 까다로운 코스의 공이었지만 박병호는 특유의 '티라노 스윙'으로 힘을 실었다.

좌중간으로 뻗어간 타구는 담장을 가까스로 넘겼다. 공식 비거리는 110m. 라이온즈파크가 아니었다면 홈런을 장담할 수 없는 타구였다. '라이온즈파크 효과'를 제대로 본 홈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은 박병호 합류 효과 속 3연승을 달렸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는 4경기, 2위 LG와는 1.5경기 차이.

박병호 합류 후 삼성은 4경기에서 홈런 8개를 추가했다. 아직 팀 홈런은 58개로 4위지만 빠른 상승세를 타며 '홈런 군단'으로 발돋움할 기세다. 3위 NC 다이노스(59개)의 턱밑까지 올라섰다.

가장 기대되는 건 박병호가 전성기 때에 버금가는 기량을 되찾는 일이다. 올 시즌 16홈런 페이스지만 KT에서 44경기에서 3홈런에 그쳤던 그는 이적 후 4경기에서 벌써 3개의 아치를 그렸다. 충분히 20홈런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기세다. 이적 후 보인 임팩트를 꾸준히 보여줄 수 있다면 김영웅, 이성규, 구자욱 등과 함께 엄청난 파괴력을 뽐내며 삼성의 고공행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1일과 같은 '라팍 효과'로 넘어가는 타구도 심심치 않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낸다. 올 시즌 KT에서 좀처럼 컨택트를 하지 못했던 박병호지만 삼성 이적 후 보여준 모습을 통해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파워는 여전하다는 걸 입증했다. 박병호의 힘과 라이온즈파크의 특성이 합쳐진다면 트레이드 때 기대한 효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결승 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긴 박병호가 응원단상 인터뷰 후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지난달 31일 결승 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긴 박병호가 응원단상 인터뷰 후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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