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삼성전장'으로…반도체 부진 털고 반등 신호탄 쏠까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6.02 16:35
글자크기
/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 반도체가 '모빌리티'에서 새 돌파구를 찾았다. 모빌리티 전장(차량 전자장치)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 고객사를 확보하고, 실적 개선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 파운드리(위탁 생산) 등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고경영자(CEO) 회동, 인수합병(M&A) 등 전망도 잇따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4나노 내장형 MRAM(eMRAM)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8나노 공정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공개한 전장 파운드리 솔루션 로드맵에 따른 것으로, 예상 시점보다 앞당겨졌다. 이 속도대로라면 2026년까지 2나노 전장 솔루션 양산 준비를 마치고, 2027년 5나노 eMRAM을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전장에 힘을 주던 삼성전자 반도체에게는 의미가 깊다. eMRAM은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차세대 전장용 반도체로, 내구성이 중요한 전장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으로 손꼽힌다. 일반 내연기관에는 통상 600~700개의 반도체 칩이 필요한데, 전기차(1600개 이상)와 자율주행 스마트카(3000개 이상)에는 더 많은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eMRAM을 찾는 고객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5나노 eMRAM 공정 로드맵을 공개한 것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 최대 강점은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3나노 이하 선단 공정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 정기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열린 'AI-PIM 반도체 워크샵'에서 "eMRAM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라며 "5나노까지 계속 기술 개발 중"이라고 자신했다.



업계는 최근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TSMC가 대형 IT(정보기술) 고객사를 독차지하며 점차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를 새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면 점유율 상승과 입지 확대가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22년 94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9년 말까지 197조원으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대형 고객사 CEO와 잇단 만남을 갖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7월 방한하는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과 만나 전장 분야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람보르기니는 세계 최고 슈퍼카 브랜드 중 하나로,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전장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다. 지난 2월에는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삼성 계열사 주요 사장단과 회동했다.

삼성전자가 빠르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독일 전장 기업 콘티넨탈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2016년 인수 이후 영업이익이 급성장 중인 하만에 이어 제2의 전장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용 반도체는 모바일·컴퓨터 시장과 다르게, 아직 확고한 입지를 확보한 기업이 없다"라며 "삼성전자가 적기에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다면 대형 완성차 고객사를 조기 확보하고,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