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안정성 흔드는 징벌적 재산분할"…최태원 3심 더 뜨거워진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정진솔 기자, 심재현 기자 2024.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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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세기의 이혼, 세기의 재판]①"선례없는 판결" 법조계 술렁

"법적 안정성 흔드는 징벌적 재산분할"…최태원 3심 더 뜨거워진다


"다분히 징벌적인, 법적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재산분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을 두고 법원 선고 사흘째인 2일까지 법조계가 술렁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이라는 선례 없는 판결을 내놓은 것은 최 회장에 대한 징벌적 판단이 지나치게 반영된 결과라는 목소리다.

노 관장의 아버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는 항간의 의혹을 재판부가 뚜렷한 검증도 없이 사실로 인정하면서 결혼 기간 노 관장의 '기여'로 간주해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한 데 대해서도 "반사회적 정치자금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대법원이 가사소송 상고 10건 중 9건을 심리 없이 기각해 원심대로 확정해온 전례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송의 최종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한 재산분할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은 모두 기존 판례를 크게 벗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말 그대로 손해에 대한 배상금 성격의 위자료는 통상 많아야 50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관례다. 1심 판결의 1억원을 두고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위자료가 20억원으로 뛴 것을 두고 징벌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대기업 총수라고 해서 정신적 충격이나 손해가 보통 사람보다 더 크다는 게 아니라면 징벌적 판결인지 새로운 판례 세우기인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가장 논란이 큰 재산분할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가 법리나 법적 검증보다는 징벌적 요소를 대거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최 회장이 현재 보유한 ㈜SK 지분뿐 아니라 2018년 친족 23명에게 증여한 1조원 상당의 ㈜SK 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것을 놓고 징벌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없는 지분'에 대해서까지 추가로 돈을 들여 노 관장에게 나눠줘야 한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는 노 관장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지만 '차명주식'이나 '파킹지분'으로 '추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며 "그만큼 재산분할 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봤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애초에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 재산분할에 반영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설을 사실로 본 근거는 노 관장이 항소심 들어 처음 공개한 50억원짜리 어음 6장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작성했다는 '선경 300' 소봉투 메모가 거의 전부다. 비자금 추징 우려 때문에 30년 동안 이런 사실을 숨겼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유입설을 사실로 보더라도 비자금 유입이 SK그룹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이라며 "항소심 재판부가 비자금 유입은 적시하면서도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은 것 자체가 비자금과 SK그룹 성장의 인과관계를 그만큼 산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드러내는 지점인데 실제 분할비율이 과도하게 자의적이라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최 회장의 행위를 괘씸하게 여겼다면 위자료 산정에 반영해야지 재산분할에 반영해선 안 된다"며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노 관장 몫의 분할재산을 35%까지 인정한 것은 부친이 범죄행위로 얻은 자금을 딸이 찾아가는 것을 묵인하는 판결"이라며 "재산분배 비율을 정할 때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여한 부분도 반영해야 하는지, 한쪽 당사자의 혈족이 기여한 부분을 당사자의 기여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대법원에서 추가적으로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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