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예금 없네" 고객들 돈 빼는데…금리 낮추는 저축은행, 왜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6.01 06:34
글자크기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연 평균 금리/그래픽=이지혜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연 평균 금리/그래픽=이지혜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면서 1·2금융권의 금리가 역전됐다. 연초 3%대 후반이던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현재 3%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반면 은행권엔 여전히 4% 넘는 금리의 예금 상품이 남아 있다. 1분기에 1500억원대 적자를 낸 저축은행이 손익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예금 금리 경쟁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연 평균 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 3.68%로 집계됐다. 지난달초 3.71%에서 0.03%P(포인트) 내려갔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초부터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1월초 3.95%였던 금리는 △2월초 3.81% △3월초 3.72% △4월초 3.71% 등으로 내려갔다. 넉 달 동안 매달 평균 0.06%P씩 금리가 떨어졌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1금융권인 은행의 금리가 2금융권을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 저축은행 업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는 4.00%다. 이 금리로 정기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단 2개로, 모두 자산 순위 40위권 밖인 중·소형 저축은행이다. 반면 1금융권인 DGB대구은행은 'DGB함께예금' 1년 만기 상품에 최고 4.15%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이 저축은행보다 0.15%P 높은 금리를 지원하는 셈이다.

5대 저축은행의 금리도 5대 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 5대 저축은행과 5대 은행을 모두 합쳐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1금융권인 NH농협은행으로, 최고 금리가 3.9%다. 5대 저축은행의 최고 금리인 3.4~3.81%보다 적게는 0.09%P, 많게는 0.5%P 차이 난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최고 금리도 3.4%로, 5대 은행의 최고 금리보다 낮다.



은행·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그래픽=이지혜은행·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그래픽=이지혜
저축은행은 은행에 예금 고객을 빼앗기는 상황을 감수해가며 금리를 낮추고 있다. 저축은행은 은행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예금 고객을 끌어들인다. 금리 경쟁력이 사라지면 저축은행에 쏠렸던 예금 수요는 은행이나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실제 79개 저축은행의 지난 3월말 수신 잔액이 지난해말 대비 3.2% 감소하는 동안 은행의 수신 잔액은 2.9%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 경쟁을 자제하는 이유는 손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초까지 5~6%대 고금리 예금을 팔았다. 대출 금리는 법정 상한선인 20%에 막혀 크게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는 과거 저금리 시기 대비 2배 이상 높이다 보니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5758억원의 적자를 냈고 1분기에도 1543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만 예금 금리가 낮아지며 이자이익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4088억원으로, 지난해 1조3913억원에서 175억원 증가했다. 이자수익이 2336억원 줄었지만 예금 금리 인하에 따라 저축은행이 지급하는 이자비용이 더 큰 규모(2511억원)으로 감소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충당금 부담으로 적자는 피할 수 없겠지만 예금 금리가 지난해보다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이자이익은 올해 2~4분기에도 꾸준히 개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