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칼빼든 아모레…중·미·일 법인장 한꺼번에 교체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4.05.31 16:24
글자크기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 추이/그래픽=조수아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 추이/그래픽=조수아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이 주요 3개 지역 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특히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 법인장은 문책성 경질하고 중국 비즈니스 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칠 계획이다. 강력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북미와 일본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인사를 배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1일 해외 사업 주요 지역인 중국, 북미(미국·캐나다), 일본법인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비정기 인사에서 한 번에 주요 법인장 3곳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주요 해외 법인 전반을 점검해 새롭게 성장 동력을 마련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을 주요 경영 목표로 삼았다. 그간 주요 진출 국가였던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하락으로 위기를 겪어온 만큼 비중국 국가로의 해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해져서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액은 1조3918억원으로 1년 전 대비 6%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432억원 적자전환했다. 일본 등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의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중국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실제로 2021년만해도 전체 해외 매출에서 65%를 차지하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38%로 하락했다. 이 기간 중국 매출액은 1조원 이상에서 5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최근 미주 및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은 매출 확대로 영업이익이 늘었음에도 중국에서의 부진이 전체 해외사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매출 하락이 장기간 이어진 중국 사업을 톺아볼 적임자로는 박태호 전 사업기획 디비전장이 낙점됐다. 그는 2000년에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영업, 사업 기획, 브랜드 조직 등을 맡아오며 화장품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조직 운영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법인장의 취임 후 첫 업무는 그간 중국 사업 내의 유통 구조를 비롯해 현황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다. 기존 온·오프라인 사업 구조를 세부적으로 뜯어보고 지속되는 큰 폭의 매출 하락과 더딘 회복세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다. 중국 시장 내에서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 파워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이 구조조정 차원의 법인장 교체라면 북미와 일본 법인장 교체는 성장 동력을 이어가는데 초점을 맞췄다. 북미 법인장에 오른 조반니 발렌티니(Giovanni Valentini)는 유니레버(Unilever)와 로레알(L'Oreal) 등을 거치며 도브(Dove), 키엘(Kiehl's), 랑콤(Lancome) 같은 다양한 브랜드를 두루 경험한 뷰티 전문가다.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브랜드를 맡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탁월한 비즈니스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일본 법인장은 나정균 전 북미 RHQ 법인장이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98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아세안 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법인장을 중심으로 북미, 일본 사업에서 더 큰 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서 주력 브랜드인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의 신규 고객은 늘리고 신규 브랜드도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