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액수에 말 잃어"…1조3808억 재산분할 SK도 '당혹'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이세연 기자 2024.05.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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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종로구 SK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스1(서울=뉴스1) 종로구 SK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스1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온 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1심에서 665억원으로 책정됐던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 액수가 2심에서 1조3000억원대로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최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약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는 20억원을 책정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결혼했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 존재를 알렸고,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이 반대해 합의가 무산되자 이듬해 2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와 조단위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50%(649만여주)를 재산분할분으로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노 관장의 실질적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양측은 1심 판결에 항소했고 노 관장 측은 2심에서 재산분할 액수를 1조원대 주식에서 현금 2조원으로 변경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유리한 결과를 자신했던 최 회장 측은, 예상을 뒤엎은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최 회장 측은 "내용 파악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당혹감을 표한 건 다른 SK그룹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SK그룹 한 직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라 놀랐다"고 했다. 다른 직원도 "액수가 충격적이라 다들 말을 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만약 상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 회장은 1조3808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1297만5472주) 외에 SK디스커버리 0.12%(2만1816),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4만2200주), SK케미칼 우선주 3.21%(6만7971주), SK텔레콤 303주(지분율 0%), SK스퀘어 196주(지분율 0%)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자산이 SK㈜ 지분이다. 최 회장으로서는 SK㈜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SK㈜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이날 종가 기준 최 회장의 SK㈜ 보유주식 가치는 2조514억원이다. 매각 후 재원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최 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된다. 지난 3월 말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SK㈜ 지분율도 25.57%에 불과했다. SK㈜ 보유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도 사실상 어렵다. 최 회장은 이미 보유주식의 57.8%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상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산분할액이 역대 최대 규모"라며 "최 회장 측이 상고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판결문에 대한 검토 후 대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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