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비싼 금리, 까다로운 조건…서민 발길 끊긴 '보금자리론'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5.3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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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 최저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보금자리론, 최저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정책모기지 보금자리론이 외면받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에 조건까지 까다로워 판매 금액이 크게 줄었다. 월간 공급 규모가 8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31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보금자리론 판매금액은 37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11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적은 금액이 판매됐다. 지난 1분기 판매금액은 지난 1월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금액을 포함해 총 1조7353억원이다.



주금공은 지난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접수를 마감하고, 보금자리론 공급을 시작했다.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총 43조4000억원이 공급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와 완화된 신청조건(주택가격 9억원 이하, 소득 제한 없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보금자리론 공급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우선 높은 금리가 서민의 발길을 잡는다. 지난 3월 보금자리론의 금리('아낌e' 기준) 4.20~4.50%다. 보금자리론은 만기 시점에 따라 다른 금리가 적용되는데, 차주가 많이 선택하는 30년 만기의 경우 금리는 4.40%이다.



지난 3월 은행권의 평균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3.94%인 것을 감안하면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높다. 신혼가구, 신생아 출산가구, 사회적 배려층 등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으면 금리를 최대 1.0%포인트 낮출 수 있지만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주금공은 지난 4월부터 금리를 4.05~4.35%(30년 만기 4.25%)로 전월보다 낮췄지만 여전히 은행권의 주담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 27일 기준 4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주담대 금리는 3.25~5.34%이고, 대환대출용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67~3.83%에 형성돼 있다.

반면 주금공이 보금자리론 등을 공급하기 위해 발행하는 MBS(주택저당증권) 발행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발행한 MBS 평균발행 금리는 3.674%로 전월 발행한 MBS(3.826%)보다 하락했지만 주금공은 오는 6월에도 보금자리론 금리를 동결했다.


까다로운 조건도 외면받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면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담보주택 가격이 6억원을 넘어서는 안된다. 다른 정책모기지인 신생아특례대출의 연소득 1억3000만원, 집값 9억원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신생아특례대출은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가구가 대상이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이하) 평균 매매가격이 7억5285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에서 보금자리론의 사용이 크게 제한된다. 실제 지난 3월 서울 지역에서 판매된 보금자리론 금액은 227억원으로 전체의 6.1%에 불과하다.

주금공은 올해 보금자리론 공급계획을 10조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한 것과 달리 올해는 가계부채 상황, 시장자금 수요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10조원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MBS 조달비용을 반영해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보금자리론을 공급하고 있다"며 "보금자리론 재개 시점인 국고채(5년) 금리는 지난 1월 말 3.294% 전일 3.465%로 17bp(1bp=0.01%포인트) 상승했으나 MBS 조달 스프레드 하락분을 반영해 보금자리론 금리를 2차례 45bp 인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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