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주스로 바꿔!"…기후 변화가 부른 브라질발 오렌지 대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5.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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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건조해진 브라질 날씨·감귤녹화병에 농장 초토화,
오렌지 농축 주스 선물가격 급등…"재료부족 수년 지속"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오렌지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오렌지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후 변화와 감귤녹화병으로 오렌지 작황이 급감하면서 농축 주스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수년간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오렌지 주스 제조사들은 급기야 귤(mandarin)로 원료를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달 브라질이 오렌지 수확 전망을 공개한 후 농축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이 수직상승하며 시장이 패닉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기준 뉴욕 인터콘티넨탈 거래소(IE)에서 1파운드당 4.92달러에 거래되며 1년간 거의 2배가 됐다.



최근 1년간 오렌지 선물가격 추이/출처=인베스팅닷컴최근 1년간 오렌지 선물가격 추이/출처=인베스팅닷컴
20년 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연간 약 2억4000만 상자의 오렌지 주스가 생산됐다. 하지만 2022년 말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등 기후 변화로 인해 현재는 1700만 상자로 감소했다. 수액을 빨아먹는 프실라 곤충에 의한 감귤녹화병도 한 몫 했다.

브라질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재배자 단체인 펀데시트러스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의 오렌지 생산량은 4분의 1로 줄어 2억3200만 상자에 그칠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평균보다 기온은 높은데 비는 안 와 타격을 입었다. 현재 브라질 오렌지 농장의 약 3분의 1 미만만 관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관개 시설을 갖춘 농장들도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동남부 주요 재배 지역의 오렌지 농장 약 40%가 감귤녹화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귤녹화병에 걸린 오렌지 나무는 오렌지가 일찍 떨어져서 수확량과 품질 모두 떨어진다. 유일한 치료법은 병에 걸린 나무를 뽑아내는 것이다. 나무를 뽑아내면 그 영향은 몇 년이 갈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감귤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감귤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키스 쿨스 국제과일야채주스연합(IFU) 회장은 "이건 위기"라며 "지금까지 어떤 큰 한파와 허리케인이 몰아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IFU는 오렌지 품귀가 주스 가격 인상은 물론 근본적으로 글로벌 오렌지 주스 산업이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스 제조사들은 오렌지 물량이 부족해도 2년까지는 동결된 오렌지 주스 재고를 섞어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오렌지 품귀가 3년째로 접어들면서 재고는 이미 소진됐다. 쿨스 회장은 "장기적 대안은 오렌지 대신 기후변화에 강한 귤로 주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일본에선 이미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엔저로 수입물가가 급등하자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세븐아이홀딩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귤로 만다린 오렌지 주스를 출시했다. IFU도 오렌지 이외의 귤류를 음료에 포함할 수 있게 행정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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