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튀'의 성공을 이끈 '흙수저 청춘들의 반란'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5.30 11:00
글자크기

김혜윤 변우석 오랜무명 끝에 스타 탄생

'선재 업고 튀어', 사진=tvN'선재 업고 튀어', 사진=tvN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막을 내렸다. 시청률로 따지면 5~7%대, 평범하거나 다소 못할 수도 있는 수치가 나왔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인기의 정도는 굉장하다. 곳곳에서 ‘선재’를 언급하지 않는 곳이 없고, 특히 SNS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에서의 열기가 대단하다. 마지막회를 방송할 즈음에는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에 밤을 새워 줄을 서는 사람들이 생기고, 1000원짜리 마지막회 단체관람 티켓은 300배인 30만원 매물이 나왔다. 대본집 역시 매진사례다.

왜 이 작품이 인기가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많은 이유가 떠오르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야기는 ‘신선함’이다. 분명 지금까지 흔하게 사용됐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로맨스와 코미디, 스릴러의 코드를 섞는 ‘복합장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대중은 ‘선재 업고 튀어’에 열광했다. 그 열기는 가만히 살펴보면 극 중 이야기를 주도했던 ‘솔선재’ 커플 임솔과 류선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윤과 변우석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갈수록 주인공의 평균 나이가 올라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20대 배우로서 20대의 이야기를 하고, 겪었던 10대와 겪지 않았던 30대의 감정도 보여줬다. 더불어 안방에 김혜윤이라는 배우의 저력과 변우석이라는 배우의 가능성 그리고 다른 조연들의 모습에서 나오는 신선함도 보였다. 이들은 다들 어디서 뚝 떨어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오랜 담금질의 과정을 거쳤다.

김혜윤, 사진=tvN김혜윤, 사진=tvN


임솔 역의 김혜윤은 알고 보면 아역 출신이다. 선일여중 재학 때부터 연기의 꿈을 키우다 선일여고 1학년 때인 2012년 본격적으로 연기학원을 다녔다. 단역을 오가던 그는 2013년 KBS ‘TV소설 삼생이’에서 아역을 시작했다. 2019년 막을 내린 JTBC ‘SKY 캐슬’에서 강예서 역을 맡을 때까지 그는 꽤 7년이라는 시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오디션에서 매번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2019년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은단오 역으로 주연도 맡았지만, 그 이후의 출연 역시 잠깐씩 등장하는 특별출연이 많았다. 2021년 tvN ‘어사와 조이’에서 과부 김조이 역을 했지만 이어진 JTBC ‘설강화’에서는 다시 주연이 아닌 전화교환수 계분옥 역을 맡았다. 올해 ‘선재 업고 튀어’로 주목받기까지 12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셈이다.

류선재 역 변우석 역시 비슷하다. 2010년 모델로 데뷔한 그는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의 외조카 역으로 연기에 데뷔했다. 이후에는 매번 오디션의 나날에 스스로를 던지는 삶이었다. 2017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시즌 2’, 2019년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을 거쳐 2020년 tvN ‘청춘기록’, 2021년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등 TV 주요채널과의 거리를 좁혔다.


변우석, 사진=tvN변우석, 사진=tvN
지난해 JTBC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극악무도한 싸이코패스 빌런 류시오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선재 업고 튀어’까지 걸린 시간은 모델부터는 14년, 연기를 시작하고는 약 9년이다. 지금의 그의 위치는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변우석을 발탁했던 크리에이터 백미경까지 깜짝 놀랄 정도다.

다른 새로운 얼굴도 마찬가지다. 극 중 임솔의 오빠 임금 역으로 출연한 송지호는 2013년 영화 ‘친구 2’의 단역으로 데뷔해 같은 해 TV에도 등장했다. ‘비밀의 숲’ 박순창 역과 ‘닥터 차정숙’ 서정민 역으로 더욱 주목받은 그는 ‘닥터 차정숙’에 이어 연속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게 됐다. 그의 이런 10년이 넘는 여정 역시 새로운 작품을 찾고 오디션에 도전을 하다 아쉬움을 삼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보다는 조금 짧지만 김태성 역의 송건희가 데뷔 7년, 이현주 역의 서혜원이 2018년 웹드라마 ‘한입만’을 통해 데뷔한 후 6년 만에 대중의 시선에 포착됐다. 살인범 김영수 역으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선사했던 허형식 역시 드라마 데뷔연도로 따지면 10년이 넘는다.

‘선재 업고 튀어’의 배우들 경력을 살펴보면 이들이 모두 이렇다 할 큰 뒷배 없이 자신의 손으로 설 자리를 일구고 경력을 닦아 지금에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있더라도 조금은 작은 소속사에서 활동 중이고, 최근 큰 회사로 이적한 배우도 있지만 큰 회사에 있더라도 이렇다 할 주목을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배우 흙수저’ 출신이라 볼 수 있다. 이들에게는 한 번에 주목받는 배역에 밀어주는 주변의 힘은 없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의 입에서 무명시절의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그러한 절박함이 있었기에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10개월이 넘는 긴 촬영에 지치지 않고 자신을 던질 수 있었으며, 결국 그 노력이 대중의 뜨거운 사랑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이다.

송지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혜원 송건희.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스타베이스매니지먼트그룹, tvN송지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혜원 송건희. 사진=인연엔터테인먼트, 스타베이스매니지먼트그룹, tvN
‘선재 업고 튀어’ 작품 역시 캐스팅이 쉽지 않아 긴 세월을 떠돌던 때가 있었다. 작품 역시 온실에서 크지 못하고 야생에서 피워냈지만, 이렇게 절박한 사연의 젊은 배우 힘이 합쳐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이제 웬만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40대 이상, 이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남자주인공을 20대로 넣어 15살이 이상 차이 나는 작품이 나왔던 기이한 상황을 헤쳐갈 수 있었던 것이다.

20대가 20대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연기해 만든 20대 드라마, 이러한 작품에 20대를 비롯한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물론 그 자리에는 오랜시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다져온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팬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업고 튀어나갈 수 있게 됐다. 이들 배우들 역시 이 작품에 힘입어 더 큰 배우로서의 세상에 튀어 나갈 기회를 얻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