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권한 축소' 의회개혁법에 들끓는 대만…내각 "법안 거부"

'대만 총통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대만 의회개혁법 투표가 진행된 28일 입법원(의회) 밖에 경찰이 배치됐다. /로이터=뉴스1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 영토로 정당화하는 가운데 대만 내부는 의회개혁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친중 성향인 야당이 장악한 대만 입법원(국회)은 전날 대만 총통의 권한 축소와 의회 수사 권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의회개혁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대만 내각은 이를 거부하고 입법원에 해당 법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방침으로 라이칭더 신임 총통과 대만 의회 간 대립 구도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대만 현행법상 행정원(내각)은 입법원에서 통과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총통에게 전달할 수 있고, 총통은 10일 이내에 법안을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원이나 총통이 거부하면 법으로 제정되지 않는다.

28일 대만의 국회격인 입법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야당 국민당을 저지하기 위해 민진당이 날린 풍선이 회의장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사진=(AFP=뉴스1) 강민경 기자

대만 입법원은 전날 국민당 주도로 의회개혁법을 재석 의원 103명 중 58명 찬성으로 가결 처리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의 의석수는 52석이지만, 양안(중국·대만)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제2야당 민중당의 일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통과된 법안에는 입법원이 국방비 등 국가 예산안에 대해 이전보다 확대된 권리를 갖고, 총통은 정기적으로 의회에 출석해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의무적으로 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는 "대만 총통의 의회 정기 출석과 답변 의무화는 지금까지 대만에서는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입법원의 수사 권한을 더 확대하고, 의원들이 총통과 기업은 물론 일반인까지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입법원의 조사를 거부하면 최대 10만대만달러(약 422만원)의 벌금을, 허위 진술을 한 사람은 최대 20만대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친중 성향의 대만 야당이 추진한 의회개혁법 통과 반대 시위에 나선 대만 시민들 /AFPBBNews=뉴스1

여당 민진당은 야당이 통과시킨 의회개혁법이 입법부의 감독 권한을 확대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당이 중국과 한통속이 돼 "적절한 협의 없이" 법안 통과가 강행했고, 이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당은 29일 새벽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친중파'라는 근거라 없다며 이를 부인하며 "의회 개혁은 정부의 책임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은 입법원이 대만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중국의 간섭을 비난하고 친중 성향 야당 주도의 의회개혁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고 짚었다. 또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한 지 8일 만에 이 법안이 통과됐다며 라이칭더 정부의 국정운영 난항을 예상했다. 로이터는 "지난 1월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됐지만, 민진당은 의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며 라이칭더 정부가 시작부터 대만 의회와 대립 구도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입법원의 표결이 있었던 지난 28일 의회 밖에서는 입법 반대 시위가 열렸고, 주최 측 추산 1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2014년 '해바라기 학생 운동' 이후 대만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평가한다. 2014년 3월18일부터 4월10일까지 대만 학생과 활동가들은 중국과 대만이 졸속 처리한 '양안 서비스무역 협정'에 반대하며 입법원을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