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도 파국? '최악' 먹구름 걷어내려면…떠나는 이들의 조언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김성은 기자 2024.05.30 09:00
글자크기

[the300 소통관][MT리포트] 22대 국회, 대한민국을 부탁해 (下)

편집자주 21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월 총선을 통해 탄생한 22대 국회가 막을 올렸다. 정쟁에 빠져 민생과 개혁에는 손 놓은 지난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통령보다 먼저 나오는 국회. 제 역할을 하는 국회를 위해선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조해진 "尹사과 요구 후회 안해…여당이 방어만 하면 망한다"[인터뷰]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좋은 말만 하고 나쁜 건 덮어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맞서 싸우기만 하는 것이 대통령을 지키는 게 아니다. 같이 망하는 길로 가는 거란 걸 느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4·10 총선을 열흘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초반엔 상승세가 느껴졌는데 선거일이 다가오니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어 인물경쟁력, 공약 등 백약이 무효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18,19대엔 밀양·창녕)에서 3선을 지낸 조 의원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낙동강벨트'인 김해을에 출마해달란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TK(대구경북)와는 전혀 다른 민심을 보게 됐다.

조 의원은 "우리 당원들, 지지자들조차 대통령 뭐하는 거냐, (선거) 망치려고 작정한 거냐 얘기를 했고 이게 수도권 등 격전지 후보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누군가가 빨리 얘기를 해서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거 망하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조 의원의 대통령 사과 요구는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당내 일각에선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전혀 후회 없다"고 했다. 108석이란 초라한 성적표는 조 의원의 당시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총선 이후 조 의원은 더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며 여권의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대선을 치를 때까진 우리가 야당이고 소수당이었기 때문에 똘똘 뭉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정권교체를 이뤘다"며 "이후 여러 문제가 보였지만 적극 얘기하기보단 민주당으로부터 당을 방어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결론적으론 정부나 당에 도움이 안 됐다"고 회고했다.

그가 여권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잘했다고 보는 건 절대 아니다. 정부의 잘못에 눈감은 여당도 잘못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만 힘을 쏟은 거대야당이 국회와 민주주의를 병들게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16, 17대엔 오히려 '최악의 국회' 이런 말이 없었다"며 "제 기억엔 20대 때부터 20대 국회가 최악이다 그러더니 21대가 최악이란 말이 나오고 22대는 안 봐도 나쁠 거라고 한다. 최악의 기록을 경신하는 경쟁이라도 벌어진 것 같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재명발 사법리스크'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정치의 위기는 지금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진영정치와 각 진영을 이끄는 팬덤정치가 득세하고 민주당발, 이재명발 사법리스크도 있잖나"라며 "대통령 후보 출신 당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재판을 몇 개씩 출석하니 방탄국회가 된다. 국회 기능이 망가진 복합적 요인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입법폭주를 한 것이 국회의 본령을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는 여러 정당들이 구성하는 합의제 기관이라면 대통령은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부여한 독임제 기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조차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만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면 안 되고 반대한 국민도 대표해야 하지 않나. 민주당 말대로 합의제인 의회를 다수당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걸 시비 걸면 안 된다"고 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조 의원은 이러한 다수당의 독재를 막지 못한 것에도 여당의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민심과 씨름하면서 이것이 민생에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지 알렸어야 하는데 취약했다"며 "민주당은 그게 굉장히 좋은 법안인 것처럼 잘 포장하니 국민의힘이 발목잡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들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선 당의 평가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상임위, 본회의 보면 우리가 소수당인데도 민주당보다 출석률이 떨어진다"며 "민주당은 그것도 평가하는데 우린 안 한다. 꼬박꼬박 참석해 이슈를 갖고 싸워주는 의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가 바뀌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헌법기관인 의원 한 명 한 명이 각성해 소신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강하고 차별화돼있고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 그걸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당론을 정하기가 어렵다. 당론을 폐지하자고 한다고 폐지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조 의원은 또 "공천권을 없애고 공천제도, 공천절차만 있어야 한다"며 "그러면 전당대회도 피 튀기게 공천권을 갖고 죽자사자 하는 일이 없어지고 그러면 계파도 옅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선 "현재 같은 상황에선 대통령이 4년 내내 재선 선거운동만 할 것이다. 국정, 예산, 법안이고 다 그에 맞추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포퓰리즘 때문에 나라가 망가진다 그러는데 더 멍들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처럼 대부분 재선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5년짜리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 마당에 8년 하면 황제적 대통령을 보좌하게 되는 것"이라며 "꼭 4년 중임제를 한다면 대통령 권한을 확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2대에 새롭게 국회에 등원할 이들을 향해 "4년 후딱 지나간다. 당에서 하는대로 보스들이 하는대로 따라가면 들러리만 서다 허무하게 지나간다"며 "총선 때마다 교체율이 50%이기 때문에 4년 안에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국민 5000만명 중 300명밖에 안 되는 집단이다. 분명한 어젠다를 갖고 활동하면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단 인식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래학자'로 돌아간 홍성국 의원 "소모적 투쟁 없애려면 개헌해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치 현실에서 투쟁적 성격이 너무 강해지다보니 정책이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과도하게 권력 지향적인 정치 구조 탓에 정치가 미래를 밝히는 등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금배지를 내려놓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민주당이 21대 국회 초반에는 정책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만 지방선거와 대선을 연달아 패배하며 그 이후엔 정책에 주력하기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지난해 12월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다.

홍 의원은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을 통틀어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그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 투자분석부장 등을 맡아 한국경제를 예측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리서치센터장, 미래설계 연구소장을 거쳐 사장까지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인물로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세종시갑에 당선됐다.

홍 의원 앞에는 항상 '여의도의 미래학자'란 타이틀이 붙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고 공급과잉과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방안을 다룬 그의 저서 '수축사회' 베스트셀러다.

그는 "금융권에서 일하며 오랜 기간 예측을 해왔다. 현상을 보고 하는 게 예측인데 바로 그 현상을 바꿔보고자 국회에 들어왔다"고 했다. 홍 의원은 4년 전 입당식에서 "대한민국이 미래사회에 대비하려면 정치권부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고 정치를 통해 사회 구조개혁을 일구는 일에 온 경험을 쏟아붓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홍 의원은 국회에 들어와 정치권이 경제를 바라보는 식견을 넓히는 데 일조했단 평가를 받았다. '경제는 민주당'이란 월례 세미나를 주도해 의원들과 경제 상황·정책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1년간 원내대책회의에서 42회에 달하는 경제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을 통해 169페이지, 350여개의 그래프와 표에 담긴 최신 경제 데이터를 공유했다. 그의 브리핑은 당의 경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됐다. 홍 의원은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답게 홍 의원은 장기적 경제 구조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유심히 들여다본 문제는 알리, 테무, 쉬인, 이른바 '알테쉬'라 불리는 중국 저가 e-커머스 플랫폼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다.

홍 의원은 "한국에서 몇 만원 하는 물건을 알테쉬에서 단돈 1만원 아래에 살 수 있다. 알테쉬가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이는 한국의 내수구조를 바꿀 중요한 문제로 진작부터 규제 마련 등 대비를 해야했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서민경제가 악화되는 와중에 알테쉬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합계가 약 5000조원에 달하는데 대출이자율이 2020년 대비 2~3년 새 2%포인트쯤 올랐다. 이자 비용으로 1년에 100조원을 내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연 1050조원인데 10%에 달하는 금액을 이자로 지출하는 것"이라며 "소비 여력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것을 넘어 '아령형 사회'로 가고 있다고 봤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많고 중산층이 빈약한 구조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해 획기적 지원을 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세원 전체를 들여다보고 증세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세계에 유례 없는 기후위기가 오고 있고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지점인 '싱귤래리티'(특이점)에 다가서고 있는 때 구조 개혁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홍 의원은 22대 국회가 풀어야 할 것도 바로 이 문제라고 했다.

기존 잣대로 풀 수 없는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여야 협치가 필수다. 홍 의원은 "22대 국회도 정치 투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며 "소모적 투쟁을 빨리 정리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구조 개편이나 국토균형발전에 대해 논의하고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골격을 다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골격을 맞추고 나면 사회는 그에 맞춰 재배열된다. 지금 정치권의 가장 책무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22대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풀려면 지나친 자기 확신은 내려놓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의원은 "요즘은 모든 게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 세법은 미국 세법에 연동될 수밖에 없고 미국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정책도 바뀌는 식"이라며 "글로벌 정치·경제·사회구조가 전부 바뀌는 요즘, 자신만의 잣대만 고집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22대 국회가 상식의 틀을 바꿔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 생각했다"면서도 "후진적 정치구조가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고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았다. 제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유"라고 했다. 정치권 밖에서 제언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 새로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그는 다시 '미래학자'로 돌아간다. 홍 의원은 "중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내고 제가 의원 활동을 하면서 만들어둔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정책을 실현시키고 싶다"며 "2030년을 대비한 대한민국의 설계도도 그려 이를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