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출길 뚫은 '천궁-Ⅱ'…최소 3.5조원 계약 임박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4.05.30 06:17
글자크기

[the300] 단일 무기로 '수출 10조원' 돌파…'까다로운 고객' 중동도 천궁-Ⅱ에 매료

[단독]'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 이라크에 수출한다…최소 3.5조원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가 실제 발사돼 가상의 적 비행체를 요격하는 장면. / 영상=국방기술품질원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가 실제 발사돼 가상의 적 비행체를 요격하는 장면. / 영상=국방기술품질원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가 연내 이라크에 수출될 전망이다. 수출 규모는 천궁-Ⅱ 8개 포대로 최소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이 성사된다면 UAE(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가장 까다롭다는 중동 3국 고객에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2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를 종합하면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 LIG넥스원 (200,000원 ▼4,500 -2.20%) 등은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이라크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무기 도입 계약을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측은 보안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 규모는 천궁-Ⅱ 8개 포대 정도라고 한다. 앞서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타베트 무함마드 알 아바시 이라크 국방부 장관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회담했을 때 무기 도입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신 장관은 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방산수출 확대 등을 요청했다.

이라크 측은 천궁-Ⅱ 3개 포대를 자국에 신속납기 가능한지 문의했고 우리 측은 2개 포대를 우선 납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Ⅱ는 발사체-LIG넥스원, 레이다-한화시스템 (18,610원 ▼110 -0.59%), 발사대·차량-한화에어로스페이스 (229,500원 ▼3,000 -1.29%) 등이 각각 개발하고 있어 납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 / 사진=머니투데이 DB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 / 사진=머니투데이 DB


앞서 한국은 지난 2월 사우디에 천궁-Ⅱ 10개 포대를 수출하며 32억 달러(약 4조250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1월에는 UAE와 35억 달러(약 4조6500억원) 규모로 천궁-Ⅱ 계약을 처음으로 맺었다. 여기에 이라크와 8개 포대 수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산술적으로 최소 25억6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로 평가된다.

천궁-Ⅱ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린다. 패트리엇은 미국에서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로, 지상에서 공중의 적 탄도탄이나 비행체를 요격하는 무기체계다. 천궁-Ⅱ는 목표물 종류에 따라 사거리 20~50㎞, 요격가능고도는 15~40㎞ 수준이다. 최대속도는 마하5(음속의 5배·초속 1.7㎞)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12년부터 설계와 개발을 주도했고 LIG넥스원이 제작했다. 천궁-Ⅱ는 2018년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2020년 11월 초도 물량이 우리 군에 인도됐다. 현재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단일 무기로 '수출 10조원' 돌파…까다로운 중동도 '천궁-Ⅱ'에 매료

천궁-Ⅱ는 한국 방산 수출의 새로운 역사다. 2022년 1월 UAE에 35억 달러로 수출되며 '단일 품목 최대 수출액' 기록을 달성한 천궁-Ⅱ는 이젠 '수출 1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천궁-Ⅱ 수출이 목표대로 이뤄지면 2022년 1월 4조6500억원(UAE), 지난 2월 4조2500억원(사우디아라비아)에 더해 총 수출액 12조400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품목으로 수출 10조원을 달성한 무기체계는 K-9 자주포 등이 꼽힌다. K-9은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동·북유럽 국가들에 수출됐다. 당시 이들 국가가 K-9을 적극 도입해 무기시장에서 'K-9 벨트'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K-9 자주포 운용국은 인도, 이집트 등을 포함해 9개국이다.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 발사 장면. / 사진=머니투데이 DB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M-SAM2) 발사 장면. / 사진=머니투데이 DB
K-9 자주포와 달리 천궁-Ⅱ는 고부가가치의 무기체계다. 천궁-Ⅱ는 교전통제소와 다기능 레이다, 발사대, 유도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요격 미사일 1발당 가격은 15억~17억원 수준이다. 최첨단 기술과 고가의 장비가 탑재돼 한 번 도입하면 수출국에 기술 등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천궁-Ⅱ의 중동 3국 수출 의미는 그 함의가 작지 않다. 중동 국가는 국제 무기시장에서 계약 직전에도 거래를 뒤집는 경우가 있어 '까다로운 고객'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천궁-Ⅱ는 우수한 기술을 앞세워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중동 지역에 '천궁-Ⅱ 벨트'를 형성하면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수출 확장성'도 지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기술만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무기체계를 도입할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며 "천궁-Ⅱ는 전 세계 어느 기술과 비교해도 우수할 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현지 무기체계를 활용할 인재 육성 등을 돕기 때문에 중동에서도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장 까다롭다는 UAE·사우디·이라크에 천궁-Ⅱ 수출 기록을 쓴다면 유럽 등도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이나 러시아 등의 무기체계를 도입하기 어려운 국가들과 방산 협력을 늘려 우리 방산 기술의 우수성 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