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다양한 거래소 출범을 기대하며

권 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 블록체인팀)

최근 금융위원회가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 출범을 발표했다. 이미 2023년 7월 예비인가를 받은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시간을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확대하고 한국거래소보다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 등의 메리트를 가지고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금융세계에서 대체거래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길 바란다.

한편 대체거래소 발표와 더불어 한가지 전해진 아쉬운 소식은 STO(토큰형 증권)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안 돼 22대 국회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STO가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증권사들이 각자 TF를 구성해 준비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소식이다. 22대 국회에서 STO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시 다뤄질 것이고 결국 그 시장은 열릴 것이라고 본다. 다만 아직 개념도 생소한 STO의 발행은 증권사들이 담당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 거래소에서 거래하게 될 것인가.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거래소라고 하면 전통적 증권거래소와 최신 기술을 활용한 블록체인거래소가 있다. 이 두 거래소는 모두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지만 운영방식과 철학은 크게 다르다. 증권거래소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증권거래소들은 오랜 역사와 함께 엄격한 규제와 감독하에 운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거래환경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거래소에 상장한 회사들은 기업공개 이후 공시의무를 부담하므로 높은 수준의 투명성도 구비했다. 거래소의 합리적 운영이 자본투자와 기업 성장의 선순환 경험도 축적했다.

그에 비해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블록체인거래소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탈중앙화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전통적 금융시스템과 달리 시간제약 없이 언제든지 거래가 가능하고 중개인 없이 직접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로 예탁결제원을 별도로 둘 이유가 없고 증권거래소처럼 거래 이후 청산일까지 3거래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체결 및 청산이 이뤄진다는 점, 국제적인 거래에도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점 등 큰 장점을 지녔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는 점, 몇 차례 문제가 된 해킹사고의 피해우려 등이 약점으로 지목될 수 있다.

증권거래소와 블록체인거래소는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발전을 이뤘고 최근에는 일부 증권거래소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거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블록체인거래소는 점차 더 많은 규제를 받아들이며 투자자보호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 두 거래소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융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거래소와 블록체인거래소를 같은 주체가 운영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STO 시장의 개화를 앞두고 그 점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한국거래소도 STO거래소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해외의 경우 전통 금융시장에서 거래소나 중개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블록체인거래소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전통 금융시장에서 거래소나 중개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블록체인 거래를 지원하거나 그 반대로 블록체인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증권, 파생상품거래소나 중개업에 뛰어드는 것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다(이를 막을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 자본시장법에 따라 허가받은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새로운 금융이 출범하면서 융합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경쟁은 거래의 편의성 제고, 거래수수료 인하, 투명성 확보, 상품분산으로 인한 투자의 안정성 보장 등의 장점으로 결국 금융시장을 성장시킬 것이다. 권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