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29일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대거 떠난 이후 병상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2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개최한 제1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대한응급의학회 김인병 이사장은 이같이 언급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명지병원 의무부원장과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최근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병원 59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의료대란 이전에 응급실에서 근무한 전문의는 병원 평균 5.4명(낮 근무 기준)이었지만 의료대란 이후 1.8명으로 줄었다. 또 퇴사한 전문의는 평균 0.9명인데 그 자리를 채운 채용 인원은 0.7명으로 기존보다 0.2명이 부족하다는 것.
그는 "그나마 의료대란 발발 이후 정부가 내놓은 응급실 지원책이 도움 된다고 여기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의료대란 이후 정부는 응급센터 지원금을 높이거나 신설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환자 1인당 응급의료 진찰료는 기존 6만2000원에서 12만원 선으로 늘었고, 중증 응급환자 수가도 인상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올 정도가 아닌데 병원을 온 경증 환자를 1·2차 병·의원으로 돌려보내는 '경증 환자 회송료' 지원 제도에 따르면 회송 1건당 15만원 선을 정부가 병원에 지원한다. 김 이사장은 "예전엔 경증 환자에게 '다른 병원 가세요'라며 돌려보내는 게 환자 거부여서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상황"이라며 "경증 환자 회송료 제도로 모 병원은 9000만원을 받았다. 오히려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는 게 돈이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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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병원의 응급실 내원 환자 추이. 빨간 점선으로 표시한 지점이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떠난 2월 20일경이다. /자료=대한응급의학회
그러면서 "정부의 응급실 지원 제도 효과는 있지만, 문제는 전공의 160여 명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아무리 정부가 지원해도 응급실 진료가 심각하게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가 돌아올 기약도, 의료대란이 끝날 기약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언제까지 이렇게 땜질식으로 응급실을 운영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현재의 심경으로 상실감·공허함·나약함을 꼽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의료체계를 개편, 의료수가를 개선하고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이런 거대 담론이 아무리 맞더라도 문제는 당장 응급실 근무 전문의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거의 다다랐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 응급의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가 전문의 중심병원 체제로 전환한다는 게 과연 현실화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