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AI 수혜주…수익률 '껑충' 구리에 돈 몰린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5.3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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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선물(7월물) 가격/그래픽=이지혜구리 선물(7월물) 가격/그래픽=이지혜


구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AI 발전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와 공급부족, 인플레이션, 경기확장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구리 가격의 구조적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 간(4월29일~5월28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인 '글로벌엑스 코퍼 마이너스'(GLOBAL X COPPER MINERS, 티커 COPX)를 7000만달러(약 95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해당 상품은 주요 글로벌 구리 채굴 기업에 투자한다. 주요 구성 종목은 퍼스트 퀀텀(FIRST QUANTUM), KGHM POLSKA MIEDZ SA, 룬딘 마이닝(LUNDIN MINING CORP), 볼리덴(BOLIDEN AB) 등이다. 구리 가격의 상승으로 구리 채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 역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COPX의 올해 수익률은 29.76%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구리 관련 ETF도 올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구리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KODEX 구리선물(H)'은 올해 21.33% 상승했고 구리 현물에 투자하는 'TIGER 구리실물'은 27.11% 올랐다.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이나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같은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 상품은 올해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구리 가격은 연일 상승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지난 21일 구리 선물(7월물)은 1파운드 당 5.106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최근 가격 급등에 따라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다시 조금씩 반등하는 추세다.

AI 발전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로 구리 수요가 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는 탈탄소화와 전기화, AI 기술 개발 등으로 새로운 수요처가 발생하고 있는데 2033년 전세계 구리 소비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3200만톤이 될 것"이라며 "반면 생산 비용 증가와 환경 문제 등으로 수익성 좋은 구리 광산이 사라지면서 공급은 제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채산성과 경제성을 갖춘 구리 광산은 칠레와 페루에 집중돼 있는데 칠레는 이상기후와 파업, 주요 광산 폐쇄 등의 이유로 구리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구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구리 채굴 관련 투자가 수 년 간 위축된 것 역시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세계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는 것도 구리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구리는 전선 등 각종 산업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로 경기가 확장 국면일수록 수요가 늘고 가격도 올라간다. 구리 가격이 경기 지표에 선행해 움직인다는 점 때문에 경기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닥터코퍼'(Dr. Copper)로 불리기도 한다.

대체투자 관점에서 구리의 투기적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질수록 기존에 주도주로 집중됐던 수급이 원자재와 인플레이션 관련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과 원자재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새로운 상승 추세의 형성을 알리고 있다"며 "미국 구리 광산주와 에너지주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구리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때는 상품의 특성과 구조 등을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더라도 수익률에서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리 관련 ETF의 경우 원자재보다는 채굴 등 기업에 투자하는 ETF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며 "기업은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레버리지가 발생할 수 있고 배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리 채굴 기업의 투자하는 COPX의 경우 지난해 1.79%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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