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이효리와 엄마의 아주 특별한 1박2일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5.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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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생각나게 할 힐링 여행 예능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10분 만에 남자의 마음을 훔쳐 올 수 있다고 단언하던 도발적인 매력의 소유자는 시간이 흘러 민박집 사장님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남았다.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땐 여전히 누구 못지않은 마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지만, 무대 아래에선 털털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반전의 얼굴을 보여준다. 마치 동전의 양면이 공존하는 듯 180도 다른 모습으로 사랑받는 사람. 만인의 연예인 이효리다. 그런 그가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아니,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 톱스타 아닌 딸 이효리의 달콤한 제안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다.

JTBC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는 태어나 처음 엄마와 여행에 나서는 톱스타 딸과 여행을 떠나는 엄마 모습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내는 모녀 여행 에세이 프로그램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프로그램의 시작에서 이효리의 어머니 전기순 씨는 카메라가 어색한 듯 자신을 어디까지 소개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름을 이야기한 뒤 “주소도 말해야 하냐”고 묻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전기순 씨와 함께 출연한 그의 막내딸 이효리는 정 반대로 카메라가 무척이나 익숙하다. “대한민국에서 26년째 톱스타로 살고 있는, 전기순 님의 막내딸 이효리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 그 모습을 담는 리얼리티 쇼의 오프닝에서 이처럼 시원하게 자신감 넘치는 소개가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씩씩했던 자기소개와는 달리 엄마를 소개해달라는 제작진의 말에 이효리는 머뭇거리며 “엄마를 잘 모른다. 남 같은 사이다. 20대 이후에는 그렇게 많은 기억이 있지 않아서”라고 털어놓는다. 살짝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고 느낀 탓일까. 이효리는 이마저도 “톱스타랑 딸 생활을 맞바꾸는 바람에 딸 역할을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다”는 말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연예인으로서의 화려한 삶 이면엔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지 20년이 지난, 그래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엔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사이라는 솔직한 고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딸에게 있어 엄마와 함께하는 둘만의 여행은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속 하나임을 이효리는 드러낸다. “여행 갈 만큼의 사이는 아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안 갈 것 같은 느낌”이라, “이 프로그램 핑계를 대서”라도 떠나고 싶었다고 말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그렇게 시작된 이효리의 엄마 전기순 씨와 전기순 씨의 막내딸 이효리의 여행은 KTX를 타고 시작된다. 딸은 엄마의 작은 가방 속도, 핸드폰의 사진첨 속 사진까지도 궁금해한다. 엄마의 가방에서 발견한 작은 거울이 자신의 것과 같다는 걸 알고도 반가워하고, 이를 기념하자며 함께 사진을 찍는다. 엄마의 사진첩 속엔 왜 꽃 사진뿐인지, 엄마의 얼굴은 쉬이 찾아볼 수 없는지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지에 도착할 때까지 끊이지 않는 모녀간의 대화를 두고 엄마는 “효리가 끊임없이 대화를 건다. 어색해서 대화를 많이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딸의 속내는 다르다. 이효리에게 있어 그 대화들은 “서로 어디까지 받아주는지 탐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설명하자면,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지우기 위해 또 여행 내내 서로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거리 간격을 재기 위한 잽(Jab)을 주고받은 격이란 말이다. 두 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여행지 경주, 하차를 앞두고 이효리는 엄마를 향해 ‘절대 화내지 않기, 싸우지 않기’라는 조건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엄마는 ‘나보다 네가 더 걱정’이라면서도 딸이 내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맞걸어주고, 엄지손가락까지 꾸욱 찍어 누른다.


여행 내내 딸 이효리는 경주 여행이 처음이라는 엄마에게 ‘엄마가 해본 적 없는’ 것들을 모두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수학여행 코스처럼 경주의 유적지를 함께 구경하고, 문화 해설사를 예약해 유적지와 문화제에 대한 설명도 준비한다. 하지만 궁금한 것 투성이로 열의에 불타던 여행 전 엄마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여행지에 도착한 이후 엄마는 무엇을 봐도 시큰둥하고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자신이 친구들과 즐겼던, 촬영을 위해 들렀던 곳들에서 엄마와 추억을 남기려 애쓰지만 엄마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아빠가 걱정이라는 듯 이야기할 뿐이다. 피곤한 탓에 서로에게 날이 설 뻔도 했지만, 휴식 이후 모녀는 다시금 서로를 챙기며 추억을 쌓는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효리와 이효리의 어머니가 함께하는 여행에 초점이 맞춰있지만, 프로그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 속에는 모녀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공통점들이 속속 발견된다. 여행지로 향하기 전 ‘싸우지 않기’라는 약속을 하는 모녀의 모습, 늘어가는 딸의 타투가 못마땅하지만 어떤 말도 잔소리가 될 거란 걸 알기에 꾹 참는 엄마의 모습, 함께 경험했지만 다르게 기억되는 과거 시간과 딸을 향해 자신처럼 살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 딸의 속도에 맞춰 여행을 즐겨보려 하지만 한계에 부딪히는 체력 탓에 모든 게 귀찮아진 엄마와 그런 엄마의 상태는 눈치채지 못하고 모든 게 처음인 엄마에게 이것저것 다 경험하게 해주고픈 딸의 모습까지 말이다.

이효리는 이미 다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에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어디서도 볼 수 없고, 만나기도 어려운 판타지로 시청자를 이끌었던 바 있다. 자신의 다양한 일상 속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 무대 아래서 지인들만 마주할 수 있던 그의 숨겨졌던 다양한 얼굴들까지 공개하며 시청자에 가까이 다가갔다. 때문에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공개를 앞두고도 이전 프로그램들과 다름없는 멀지만 가깝고, 가깝게 느껴지지만 멀기만 한 판타지 속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어낸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나를 돌아보고 내 엄마를, 내 아빠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쉽고 또 쉽지만은 않은 엄마와의 여행, 이효리에게도 이효리의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 역시 말이다. 막내딸과의 여행이 무척이나 소중하기에 혹시라도 딸과 여행 중 서로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길까 하던 어머니의 걱정이 기우였기를, 다음 화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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