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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의 1집이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풀렝스 1집은 소설로 치면 습작과 단편을 거쳐 내놓는 첫 장편에 가깝다. 세월이 흘러 많은 조건들이 바뀌었지만 적어도 ‘명반’의 조건은 여전히 정규 앨범이기에, 에스파는 지금 싱글, 미니앨범과는 다른 온도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셈이다. 물론 준비한 쪽과 기다린 쪽 사이에 흘렀을 부담과 설렘이라는 긴장은 필연이다. ‘Supernova’는 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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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신스가 주도하는 팝 왈츠 트랙 ‘Prologue’나 ‘You Belong with Me’를 부르던 초창기 테일러 스위프트 내지는 에이브릴 라빈의 전성기가 떠오르는 펑크 팝 트랙 ‘Live My Life’이 달콤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하진 않다. 레퍼런스가 보일 땐 그 레퍼런스를 넘어서야 해당 창작물은 비로소 의미를 띠는 법. 그래서 이 앨범은 ‘Prologue’부터 조금 풀어지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에스파 음악에서 바랄 쫀득한 스릴이 없기 때문이다. 순한 맛은 ‘블랙 맘바’ 에스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앨범의 후반부는 들려주고 있다.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려는지 머리로는 이해할 것 같지만, 정규 앨범이라면 좀 더 가슴을 뒤흔드는 일관된 무엇을 들려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든다. 차라리 ‘Supernova’의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가는 방향은 어땠을지. 긴 호흡을 살려가야 하는 앨범에선 트랙 배치가 곧 핵심 전략이다. 전략은 곧 서사가 되고, 서사는 일관성 아래 머문다. 다음 작품들에선 재고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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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측에선 이번 앨범을 “세계관 시즌 2 서사”와 “강렬한 질주”로 들뜬 홍보를 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 안엔 에스파다운 초현실 우주와 에스파가 가끔 들렀던 지구의 현실이 함께 있었다. 이 양자 구도는 ‘Supernova’와 ‘Live My Life’의 뮤직비디오를 비교해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다 씹어 먹을 듯 했던 ‘Supernova’로 시작해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목소리 (Melody)’로 사그라지는 앨범은 f(x)와 소녀시대를 가로지르며 주체성과 자신감, 극복과 위로의 메시지를 한껏 전한다. 한마디로 에스파의 정규 데뷔작은 마니아의 특별한 취향과 대중의 보편적 취향을 모두 취하려는 모양새다. ‘선택과 집중’ 대신 ‘느슨한 융통성’을 택한 느낌이고, 따라서 듣는 재미는 있는 앨범이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에스파가 잘하는 스타일로 달려가는 ‘일관된 에너지’는 계속 짐으로 남는다. 이후 정규 2집에선 한 번 기대해보고 싶다. ‘Live My Life’나 ‘목소리 (Melody)’ 같은 느낌은 다른 걸그룹들에게 맡기고, 에스파는 ‘Set The Tone’이나 ‘Supernova’ 같은 칼을 더 예리하게 가는 것. 지금 에스파에게 필요한 건 에스엠다움보단 에스파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