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형' 양세찬의 회의에 빨려드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5.29 08:59
글자크기
/사진=유튜브 쑥쑥/사진=유튜브 쑥쑥


지난 16일, 만들어지지 얼마 되지 않은 유튜브 채널 '쑥쑥'에 한 편의 영상이 올라왔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아 무심코 넘기기 쉬운 영상에는 예능인 양세찬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알고 보니 '쑥쑥'은 '핑계고'를 만든 '뜬뜬'에서 새롭게 만든 유튜브 채널이었다. 다만, 강한 첫 임팩트를 추구하는 다른 유튜브 채널과 달리 '쑥쑥'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쌓아가자는 마인드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 시작이 바로 '회의 중' 콘텐츠다. 보통의 유튜브는 회의를 통해 채택된 아이템을 보여주기 마련이지만 '쑥쑥'은 그 아이템을 만드는 회의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형 양세형과 했던 유튜브를 그만둔 이유, 채널의 목표와 방향성, 요즘 유튜브 토크쇼에 대해 이야기하던 양세찬과 제작진은 '모두가 동의하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이틀 정도는 다시 생각해 보자'는 정도의 큰 틀만 합의한 채 첫 회의를 마쳤다.



/사진=유튜브 쑥쑥/사진=유튜브 쑥쑥
곧 끝날 것 같던 이들의 회의는 어느새 4차까지 이어졌다. 제일 먼저 나왔던 토크쇼는 '콘텐츠의 힘보다 인물의 힘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유로 기각된다. 이어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마찬가지로 선택받지 못한다. 영상을 올리기 전에도 이미 몇 차례 회의를 했고,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사이 양세찬 스스로 생각해 온 아이템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템은 기존에 비슷한 콘텐츠가 있다는 이유에서 반려된다.



물론, 그 중에서는 제법 괜찮아 보이는 아이템도 있다. 그러나 양세찬뿐만 아니라 PD, 작가마저도 '걱정 인형'인 세 사람은 이를 곧바로 채택하지 않는다. 차분히 이를 다시 생각해보는 '숙려 기간'을 거치며 '문제 될 건 없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모든 가능성을 걱정하는 '걱정 인형'들을 보며 누군가는 '그냥 한번 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 인형 세 사람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이 회의는 한동안 오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유튜브 쑥쑥/사진=유튜브 쑥쑥

꾸준히 올라오는 이들의 회의 콘텐츠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입장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닌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게 된다. 야심 찬 기획이 아니라 가볍게 쌓아가는 콘텐츠를 추구함에도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내는 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과연, 내가 제작진이라면 양세찬이라는 예능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나아가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은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괜찮아 보이는 아이템 역시 문제 되는 부분은 없는지, 또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지 고민하는 모습까지 바라보면 단순히 웃으며 감상했던 예능 콘텐츠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사진=유튜브 쑥쑥/사진=유튜브 쑥쑥
댓글 창은 자연스레 피드백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가장 많이 보이는 피드백은 회의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보자는 것. 이 밖에도 숙려기간에 들어간 아이템에 하나둘 살을 붙이거나 디테일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지다 보니 악플은 찾아볼 수 없다. 제작진은 숙려기간에 들어갔던 '방구석 여포'(가제)의 파일럿을 위해 악플을 찾아보려 했지만, 악플이 달리지 않아 무산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 구독자 수도 1만 명을 겨우 넘겼고 영상의 조회수도 10만을 돌파하지 못한 '쑥쑥' 채널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언젠가 시작할 1회 뒤에는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회의가 있었음이 몸소 체감되기 때문이다. 과연 '걱정 인형' 양세찬과 제작진을 모두 만족시킬 콘텐츠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양세찬이 쑥쑥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