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소고기는 다음에 먹자"…경영난에 '법카' 줄이는 회사들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6.0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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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카드사의 법인카드 회원 수, 일반 결제액 추이/그래픽=윤선정9개 카드사의 법인카드 회원 수, 일반 결제액 추이/그래픽=윤선정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카드사의 법인 회원이 줄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액을 줄이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카를 1번 긁을 때 평균 승인액은 지난해 13만원대에서 올해 12만원대로 내려앉았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말 국내 9개 카드사의 법카(신용카드) 회원수는 329만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8만명보다 2.7% 줄었다.



법카 결제액은 매년 늘고 있으나 증가폭은 둔화됐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법카 회원이 국내에서 일시불·할부로 결제한 금액은 38조978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5.3%로, 직전 증가율(8.3%)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뎌졌다.

법카 회원수와 달리 개인 신용카드 회원수는 해마다 꾸준히 성장 중이다. 4월말 9개 카드사의 개인 회원수는 8006만명이었다. 1년 전 7867만명보다 1.8% 증가했다. 2022년 같은 기간엔 개인 회원수가 7619만명으로 지금보다 387만명 적었다.



법카 지표가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이유는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법카 예산을 감축하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카 회원의 평균 승인액이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법카 결제액 증가폭이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분석한 카드 승인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법카(신용·체크카드) 결제 1건당 평균 승인액은 12만8699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엔 법카를 1번 긁을 때 평균 13만1822원을 결제했지만 지금은 2.4% 감소했다. 또 올해 1분기 법카 전체 승인 건수는 3억8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어났으나 전체 법카 결제액은 0.5% 감소한 4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법카가 활발히 사용돼도 결제 규모는 되레 줄었다.

반면 올해 1분기 개인 회원의 결제 1건당 평균 승인액은 3만792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 승인액과 승인 건수는 각각 5.9%, 6.4%의 증가율을 보이며 동반 성장했다.


법카 회원은 결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법카 회원 감소는 카드사의 외형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카 회원이 줄어들수록 카드사의 결제액 성장세도 둔화, 가맹점으로부터 얻는 수수료수익이 줄어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법카 영업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서 회원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물가가 상승하면 결제액도 늘어나야 하는데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외려 법카 결제액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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