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이날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본회의 전 법안 처리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개정안은 2023년부터 5년에 걸쳐 50명, 80명, 70명, 80명, 90명씩 총 3584명으로 차례로 수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판사정원법은 '각급 법원 판사의 수는 3214명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증원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재판 지연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정쟁에만 몰입한 국회의 모습을 봐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법관 수는 두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라 최대 109명까지 선발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여유 인원을 남겨 놓기 때문이다. 매년 130명 수준으로 선발한 것과 비교하면 30~40명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20년 이상 법원에 근무한 한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 해결은커녕 현상 유지를 위한 숫자도 못 맞추게 된다"며 "쉽게 말하자면 판사 1명이 사건을 맡는 단독재판부 30~40개가 사라지는 것이고 볼 수 있다. 각급 법원에서 재판부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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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판사 정원 증원을 예상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법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현 인력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법원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 원 구성과 법안 재발의 과정 등을 거쳐야 해 판사 증원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직제협의부터 법안 제출까지 모든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해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법부가 법률안 제출권이 없는 만큼 기재부와 행정부, 국회를 설득해 22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