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40.5도 훈련병 병원서 헛소리"…근육 녹아 패혈증 쇼크사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5.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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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훈련병이 '얼차려' 받던 중 쓰러졌다가 끝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망원인이 '패혈성 쇼크'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해당 훈련병이 쓰러지기 전에 안색이 좋지 않아 함께 훈련받던 병사들이 집행 간부에게 보고했으나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쯤 동기 5명과 함께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치료받던 그는 상태가 악화해 이틀 만에 숨졌다. 입소 12일 만이다.

임 소장은 "완전 군장한 채 팔굽혀 펴기를 하고,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고 한다"며 훈련병 6명에게 달리기시킨 뒤 1등만 빼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달리게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얼차려 전에 반드시 건강 체크, 문진하게 돼 있다. 훈련을 견딜 수 있는지 체력 상태를 본다"며 "이를 무시한 것 같다. (훈련 도중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했더니) 꾀병이라면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인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휘권자의 사적 감정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얼차려를 무분별하게 시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통제하는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소장은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은 이유에 대해 "(전날 밤) 좀 떠들었다는 이유로 군기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며 "휴일이니까 떠들 수 있지 않냐"고 했다.


훈련병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패혈성 쇼크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며 "열사병으로 추정된다. 고열에 시달릴 경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하면 다시 회복되는데, 회복이 안 되고 패혈증으로 이어져서 신장 투석하는 중 사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식은 있었지만, 헛소리하는 상태였다. 나이와 이름을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호흡수는 분당 50회였다. 정상 수치는 분당 16~20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3시간 치료하다가 열이 안 내려가서 속초 의료원에서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며 "그때도 열이 40도였다.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해서 신장 투석을 했고, 그러다 결국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훈련병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는 한 달 뒤에 나온다"며 "훈련병 부모는 군에서 하는 부검을 못 믿어 그런지, 국가수사연구원에다 부검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훈련병에게 지병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입장에 대해서는 "신체검사를 통해 건강한 사람을 입대시키고, 신병교육대도 필터링하는 과정"이라며 "지휘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가혹 행위에 가까운 육체적 고통을 줬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숨진 훈련병을 '일병'으로 진급 추서(追敍)했다. 추서란 사망한 군인에 대해 1계급 올려주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고인에 대한 인사 사령부 순직 심사 결과 순직 결정이 있었다"며 "진급 추서 심의가 이뤄져 일병으로 진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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