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홍보에 그쳐선 안 될 IP정책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4.05.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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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게임·웹툰산업 부흥을 위해 팔소매를 걷고 나섰다.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웹툰산업 발전방향' 같은 이름으로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글자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금세 웹툰·게임 등 콘텐츠 강국이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콘텐츠업계에선 별 효용이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세계적 콘솔플랫폼사와 협력, 국내 게임의 플랫폼 입점·홍보를 연계지원하겠다고 하자 게임업계에선 해당 기업들과 얘기는 된 것이냐며 냉소를 지었다.



게임업계의 오랜 논의과제인 주52시간근무제 유연화 여부도 종합계획에서 빠졌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1200명 가운데 56.3%(675명)가 주52시간제 유연화에 찬성했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추가근무가 불가피한데 현재로선 근무시간 조정이 힘들어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1조원 규모의 'K콘텐츠전략펀드'를 만들겠다고 하자 웹툰업계에서는 "또 돈을 얼마나 내라고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웹툰 불법유출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수사 체계 구성은 계속 미뤄지고 올가을에 개최할 '칸영화제' 같은 권위 있는 웹툰축제는 정부가 아닌 작가단체들이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업계에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임기 내 업적을 남길 분야로 콘텐츠를 지목한 것 아니냐며 콘텐츠산업을 업적 홍보용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조원 규모 펀드' '칸영화제 같은 축제' 'MS·소니 플랫폼 입점지원' 등 겉보기에 좋은 말만 늘어놓기보다 업계와 계속 대화하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금 콘텐츠업계엔 '생성형 AI 활용 웹툰제작 시 저작권 인정 여부' '게임업계 주52시간제 유연화 논의' '국내 콘텐츠 불법 해외유출 방지 논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업계와 이야기를 다 끝냈다는 입장이다. 희망찬 미래만 제시하고 뒤로 빠지는 정부보다 끝까지 치열하게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정부가 보고 싶다.

이정현 기자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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