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왜 팔았어" 후회…밈 주식 따라샀다 8거래일만에 -60%[서학픽]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5.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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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미국 증시가 지난 4월 조정을 끝내고 5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재개한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평소 매매가 많던 기술주들을 대규모로 차익 실현했다.

하지만 밈 주식과 원자재 ETF(상장지수펀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에 대한 투자는 계속하며 미국 증시 전체적으로는 소폭 순매수를 나타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난 21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기술주에 대한 하락 베팅이 두드러지게 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통상 미국 증시가 전 고점에 근접하면 ICE 반도체지수를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와 나스닥100지수를 반대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 순매수가 늘어난다.

그러나 최근엔 증시가 사상최고치에 근접해갈 때도 증시 하락시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 투자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의 강세 기조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서학개미들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나스닥지수는 지난 24일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5~21일(결제일 기준 20~24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1759만달러를 순매수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한주만에 순매수 전환한 것이다.

지난 15~21일 사이에 S&P500지수는 1.4%, 나스닥지수는 1.9% 상승했다. 이후 22~24일 3일 동안에는 S&P500지수가 0.3% 떨어진 반면 나스닥지수는 0.5% 올랐다.

미국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주가 부담 때문인지 평소 관심이 많던 대형 기술주는 대부분 외면하고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을 가장 많은 3576만달러 순매수했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의 게임스톱 순매수는 주가가 지난 13일 74.4%, 14일 60.1% 폭등한 다음날인 15일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게임스톱 주가가 꼭지일 때 먜수해 물린 셈이다.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대비 24일까지 61.0% 폭락했다.

5월15~21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5월15~21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2~4위는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원자재 ETF가 차지했다.

서학개미들은 글로벌 구리 채굴업체에 투자하는 글로벌 X 구리 채굴업체 ETF(COPX)를 2번째로 많은 2733만달러 순매수해 직전주에 이어 2주 연속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구리는 전력 케이블과 전기자동차 등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구리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금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 현물에 투자하는 SPDR 골드 셰어즈(GLD)도 2427만달러 순매수를 나타냈다.

AI(인공지능) 발달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원자력이 대안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원자력의 소재가 되는 우라늄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서학개미들은 글로벌 X 우라늄 ETF를 1815만달러 순매수했다.

엔비디아 팔고 AMD 매수
지난 22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서학개미들이 엔비디아는 팔고 경쟁사인 AMD를 1626만달러 순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엔비디아 주가는 너무 많이 올랐다는 판단에 팔고 대안으로 덜 오른 AMD를 순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만 유일하게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556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포지션은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서학개미들은 비트코인 자산이 많은 기업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1512만달러 순매수했다.

반면 비트코인 채굴기업인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와 비트코인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ETF(BITX)는 1434만달러와 1201만달러 순매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코인베이스 데일리 ETF(CONL)도 655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S&P5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와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를 1472만달러와 1368만달러,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를 1196만달러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5월15~21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5월15~21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기술주 3배 레버리지 ETF와 엔비디아, 애플에 대한 대규모 차익 실현은 직전주에 이어 계속됐다.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를 1억3752만달러 순매도했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에 대해서도 969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22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던 엔비디아는 5087만달러 순매도했다. 엔비디아가 850달러를 넘어서면서 4주째 이어진 매도 우위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난 13일 이후 쭉 900달러 위에 머무르며 강세를 이어가자 실적 발표 후 주가 움직임에 대한 불안감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때 엔비디아를 매도한 투자자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23일 9.3%, 24일 2.6%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애플에 대해서도 5060만달러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애플 주가가 지난 20일 190달러를 넘어서며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170달러 초반까지 매수 우위가 유지됐으나 170달러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자 지난 15~21일에는 순매도로 전환됐다. 서학개미들은 이 기간 동안 테슬라를 2539만달러 순매도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1일 18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순매도는 이 때가 아니라 주가가 전일 대비 2.0% 떨어진 173.99달러로 마감한 지난 15일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테슬라 주가가 다시 160달러대로 떨어질까 우려한 일부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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