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양장 국가해상풍력장비 품질검증·측정센터 내부./사진=센터 제공
특히 공장 한가운데에 매달린 대형 블레이드는 고출력 와이어설비에 묶여 크게 구부러지는 상하운동을 역동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자칫 부러질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휘어졌는데, 휘어지는 날개 끝의 고저차가 얼핏 봐도 40m~50m에 달했다. 고공에 매달려 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풍력발전기다. 강성과 탄성, 내구도에 대한 엄정한 테스트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는 중국을 포함해 세계 30개국에서 인증을 인정받고 있다. 개설 이후 매년 100여건의 중국산 신형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를 인증해 왔다. 그 기간 중국에서 개발된 블레이드의 70%가 이 센터를 거쳐갔으니 중국 해상풍력발전의 역사를 함께한 셈이다. 중국과 껄끄러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신형 블레이드를 배에 싣고 와 테스트해달라고 의뢰한다.
100m는 될 법 한 블레이드를 공장 벽면에 고정시키고 와이어로 잡아당겨 인장력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블레이드 끝부분의 고저차는 40m~50m에 달했다./사진=우경희 기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은 센터에 가장 기념비적인 해였다. 103m부터 118m까지 초대형 블레이드 테스트를 연이어 성공했다. 내달 중엔 현존 세계 최장인 143m짜리 블레이드 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보통 100m만 넘어도 초대형으로 손꼽히는데 센터는 150m짜리를 최대 5개까지 동시 테스트할 수 있다. 대형화 추세에 따라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해상풍력 기술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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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 고민을 던지고 있다. 해상을 중심으로 풍력발전 설비 설치가 늘어나고, 당연히 출력을 늘리기 위해 터빈(발전기)의 용량도 커진다. 그럼 더 높은 타워(몸통)와 더 큰 블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풍력발전기의 대형화는 설치업체들의 자금 부담을 키우고, 반대 급부로 일시적 수요 둔화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취소되는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적잖다.
그럼에도 풍력발전의 절대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비를 넘으면 시장 상황은 다시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중국 풍력발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이루어지느냐 여부는 세계 풍력발전 업계 전체의 관심거리다. 전기차, 반도체, 태양광에서 그랬듯 중국 풍력발전도 엄청난 국내시장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터 야드에는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는 중국산 신형 초대형 블레이드들이 야적돼 있었다./사진=우경희 기자
중국 해상풍력의 가장 큰 강점은 공급망이 완성돼 있다는 점이다. GWEC(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는 지난해 펴낸 글로벌 해상풍력보고서를 통해 북미지역은 2025년, EU는 2026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은 2027년, 남미지역은 2030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어 해상풍력 공급부족 현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GWEC는 반면 "중국 해상풍력발전은 이 기간 동안 쇼티지(공급부족) 없이 안정적으로 기자재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은 중국산 기자재를 백안시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이지만 수요가 넘치고 공급이 부족하면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터빈에 집중하는 두산에너빌리티,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강자 세아제강지주, 타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씨에스윈드 등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