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 맞아? 억대 연봉자 10억원 강남 전세도 "승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5.28 10:20
글자크기

[MT리포트]전세사기, 집값, 가계부채까지…전세대출 영향권②5년새 5배 는 전세대출, 이유봤더니

편집자주 전셋값이 뛰고 있다. 가격 자극 요인 중 하나는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은 지난 5년간 5배 늘었다. 기준이 느슨해 고가전세에도 2조원이나 나갔다. 전세보증은 전세사기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된다. 가계부채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대출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전세대출 보증 조건/그래픽=김현정전세대출 보증 조건/그래픽=김현정


전세대출이 2016년 이후 5배 이상 급증한 이유는 대출조건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 보증으로 나가는 대출임에도 다른 정책모기지처럼 소득 기준이 없다. 1주택자도 받을 수 있고 전세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서도 나온다. '서민대출'이라는 굳건한 인식에서다. 급증한 전세대출이 전세가격을 밀어 올리고 매매가격을 자극하면서 급기야 전세사기까지 유발하자 시민단체가 나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뒷짐을 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전세대출 신청을 받으면 전세보증 기관인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대출액의 90~100%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실행한다. 전세대출 가능 여부는 결국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조건을 충족하냐에 달린 셈이다.



3개의 보증회사는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보증회사별로 4억~5억원 한도의 전세대출 보증을 해 주고 있는데 보증 대상이 되는 전세보증금 기준은 좀 다르다. 주금공과 HUG는 7억원 이하 전세에 대해 보증을 해주지만 보증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보증은 전세가격 기준이 따로 없다. 3개 회사 모두 1주택자에게도 보증해 준다.

주금공 기준으로 보면 2018년 1주택자의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 이내일 경우만 보증을 해 줬다. 2019년에는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는 보증이 제한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은 2023년 이후로 대부분 사라졌다.



전세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도 전세보증 개선 필요성을 절감했다. 2018년 정부는 여당과의 합의를 거쳐 보증 기준을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없던 일"로 돌렸다. '갭투자'가 집값을 계속 끌어 올린 2021년에는 고가전세에 보증 제한을 검토했으나 역시 제도화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전세대출=서민대출'라는 등식을 깨는 게 정부로서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묻지마' 전세대출이 세입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집주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전세사기 문제를 키우는 주요인이 되면서 인식이 차차 달라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정택수 부장은 "전세제도는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은 매매가격이 오르면 이득을 보는 반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떠 안아야 하는 제도"라며 "궁극적으로 집주인이 목돈을 빌리는 셈인데 이자는 세입자가 내고 보증은 정부가 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보증은 결국 막대한 세금부담을 야기한다. 고소득자나 유주택자에게도 무분별하게 전세대출을 확대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