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세계 경제 질서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5.25 06:00
글자크기

편집자주 한때 신문지상에 가장 많이 오르던 국제기구 중 하나가 세계무역기구(WTO)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WTO라는 단어는 거의 사어(死語)가 돼버렸습니다. WTO 조직 자체가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UN과 함께 전 세계 경제질서를 관할하던 WTO는 미국 등 강대국들의 일방주의 외교에 의해 힘을 잃게 됐습니다. 강대국들은 자국을 중심으로 FTA(자유무역협정)나 일대일로 같은 프로젝트로 네트워크를 엮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산업정책 같은 시장 통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1일자 이코노미스트는 '탈세계화'를 주제로 스페셜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6개 기사를 실었는데 PADO는 이 기사들을 종합해 정리한 브리핑 기사를 번역 소개합니다. 탈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세계 경제가 어디를 향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무너지는 세계 경제 질서 [PADO]


2024년 4월 말, 미국은 연속 75번째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발의안의 통과를 막았다. 회원국 간 분쟁의 최종 중재자 역할을 하는 패널의 공석을 채우려는 평범한 발의안이었다.

이 집요한 거부권 행사는 그 자체로는 모호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거의 5년 동안 WTO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WTO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진 회원국들은 그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데 이를 중재하는 패널이 인력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항소가 계류되는 동안, 위반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

2년 전 WTO의 격년제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다시 가동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 목표가 실패한 상태로 올해 초 열린 최근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결의했다.



국제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와 규칙이 중단되고 있는 시대에 WTO의 기능 장애는 상징적이다.

매일 충격적인 소식이 나온다. 다른 경제 대국들보다 자유무역을 더 지지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큰 것으로 여겨지는 유럽연합(EU)조차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기 직전이다.

지난달 유럽연합 관리들은 보조금 조사의 일환으로 중국의 대형 보안장비 제조업체를 급습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 군대에 지원을 제공한 중국과 터키 기업을 포함한 300개 이상의 단체에 제재를 가했다.


정책 전문가들이 흔히 말하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징후 중 하나가 보조금과 제재의 급증이다. WTO 같은 기구는 상품과 자본의 이동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규칙이 약화되면서 장애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 과정은 뒤집히고 있다.

이 불행한 퇴보가--더 나은 용어가 없어 '탈세계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이제 경제 데이터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통합이 느슨해진 세계에서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고 자본을 재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아직 세계의 생활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거대하면서도 우려스러운 도박이다. 세계화로 인해 이루어진 엄청난 빈곤 감소가 세계화 없이도 계속될 수 있을까.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