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례/그래픽=이지혜
28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소형 빌라 월세 비중은 54.1%로 집계됐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가 전세 비중을 추월한 것도 처음이다. 소형 빌라의 월세 거래가 늘어난 건 전세 사기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월세 선호 현상을 부추긴 것이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전세대출이 전세사기의 자금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컨대 건축업자인 임대인이 감정평가사와 분양업자,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시세 1억원 주택을 이보다 비싼 1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내놓는다. 신축건물은 거래정보가 없어 임차인은 임대인의 말만 믿고 보증금의 80%까지 전세대출을 받아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전세대출 보증 기준이 느슨하다보니 전세사기가 용이하다는 것이 전문가 시각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연령대별 전세자금 대출 공급액을 분석한 결과 20·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9월 기준 20·30대의 전세자금 대출액은 26조5000억원으로 전체 공급의 65%를 차지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정부가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개인 신용으로 어떻게 돈을 빌릴 수가 있었겠냐"며 "특히 20대와 30대의 대출을 가능케 한 게 무분별한 전세대출 보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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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제도를 손보는 동시에 월세를 택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여전히 전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에만 집중한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를 선택함으로써 얻는 인센티브를 줄여나감으로써 전세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책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