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억울함까지 감당하는 게 배우의 몫"[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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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사진= 넷플릭스


배우 류준열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의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더 에이트 쇼' 공개 전 여러 이슈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류준열의 진솔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기회를 뒤로 미뤘던 류준열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침묵의 이유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지난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류준열은 빚 때문에 벼랑 끝에 선 순간, '더 에이트 쇼'의 초대장을 받고 쇼에 참여하게 된 '3층' 역할을 맡았다. 류준열은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재미있게 봐주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인데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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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인물, 8개의 층에서 중간 지점에 위치한 '3층'은 '더 에이트 쇼'의 참가자인 동시에 쇼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바라보는 화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류준열 역시 평범함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완성했다.

"진수(3층)는 가장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실수를 저지르고 반성도 하고, 욕심도 내는 모습들이요. 또 화자로서 내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와 배역 중간에서 여과 없이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하고 그런 인물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류준열은 작품 안에서 망가지는 것이나 노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욕심을 내고 실수를 하는 등 다양한 측면을 보여줬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진수의 레이어가 다양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작인 '올빼미'나 '외계+인'이 상황이나 재미를 주는 포인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인물 자체의 표현에 대해 고민했어요. 누구나 실수를 하고 욕심내서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가기도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진수의 이기적인 측면과 인간적인 측면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다만, '더 에이트 쇼'의 결말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류준열은 결말에 대해 만족한다면서 결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되짚어 봤다.

"저는 세상을 훈훈하게 보는 편이라 만족스러웠어요. 안 좋은 면을 보게 되면 제가 괴롭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을 좋은 식으로 보려고 한 것 같아요. 결말에 대해서 감독님이 고민이 많으셨는데 이렇게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아요. 사실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자극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장면을 보여줬잖아요. 일부러라도 그런 장면을 보여줬기 때문에 마무리만은 따뜻한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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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오랜 시간 교제했던 혜리와의 결별, 이후 한소희와의 공개 열애 과정에서 '환승 연애'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침묵을 유지했던 류준열은 제작 발표회에서 "일일이 답변드리기보다는 침묵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비판을 감당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에 대한 류준열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더 에이트쇼'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게 과연 작품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이야기하면 더 큰 피해가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거기서 따라오는 비판을 제가 수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최초 홍보대사로 선정됐지만 실제로는 골프를 치고 다니는 모습으로 인해 '그린워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열애와 관련해서 침묵했던 류준열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서 또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자리인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많이 생각해 봤던 계기가 됐어요. '어디서부터 놓쳤을까', '무엇을 잘못했을까' 돌아봤어요. 서른이 다 된 나이에 데뷔를 하고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니 이 사랑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여행을 다니다 보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겨 그린피스와 일을 하게 됐어요. 제가 나서는 타입은 아니라 처음에는 작게 실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그런 이미지에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욕심이 앞서고 이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갇혀있다 보니 탈이 났던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를 좋아해 주신 분들이 배신감을 느끼신 것 같아요. 보여지는 것이나 나서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조용히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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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와 관련해 비판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일거나 가짜뉴스가 퍼지는 등 류준열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류준열은 이마저도 감당해야할 몫이라며 받아들였다.

"비난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의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제 안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신감을 느끼시고 가식적·이중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 되짚어보면 결론에 이르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보여지는 직업으로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배운게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것도 몰랐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가짜뉴스 또한 감당하는 게 책임이자 제 몫인 것 같아요. 억울함도 가지고 있는게 배우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부분을 통해 꾸지람을 듣는 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선 논란들뿐만 아니라 '더 에이트 쇼'라는 작품 역시 류준열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특히 인간의 자유 의지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더 에이트 쇼'를 찍으면서 사람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망과 욕심을 추구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넘어지고, 상처를 주기도 하잖아요. 돌이켜도 반복되는 걸 보면서 완전하고 무결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게 부질없다기보다는 '이 와중에도 더 나은 건 없을까'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드라마는 그렇게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고 평화롭게 가는 선택지도 있거든요. 인간의 자유 의지가 어디를 향하고 그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게 평화와 가깝다면 어떨까라는 거죠. 그게 가장 빠르고 맞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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