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콩 폭등주' 찍어서 샀는데 90% 폭락…경찰선 수사 중지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5.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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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투자자가 대규모로 매수한 홍콩 주식이 하루 만에 90% 폭락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투자자 10여명이 유명인 이름을 도용한 리딩방에 속았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피의자 신원을 특정하지 못해서다. 이 사건 수사는 잠정 중단됐지만, 경찰은 해외 주식을 이용한 리딩방 전반에 대해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부천오정경찰서는 지난달 19일 홍콩 증시에 상장된 키즈테크홀딩스(HK:6918) 투자자 16명이 성명불상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단서가 카카오톡 대화 내역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카카오톡에 대해 영장 집행을 했음에도 보관기관 만료로 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키즈테크홀딩스 투자자 16명은 지난 1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 리딩방에 속아 해외 주식을 매수해 13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국내 투자자가 한달간 155억원어치 매수했던 키즈테크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보이다가 12월27일 하루 만에 90% 빠졌다.(관련기사: 한국인들 '줍줍'했는데 하루 만에 '-90%'…홍콩 주식의 수상한 폭락)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모두 주식 투자를 하면 2~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입장했다. 리딩방 운영진은 라인과 카카오톡을 오가며 주식 강의를 해줬고 곧 급등할 우량주라며 해외에 상장된 주식 종목을 추천했다. 처음 몇 번은 약속대로 추천 주식의 주가가 올랐지만, 마지막으로 추천한 키즈테크홀딩스는 폭락했다.



리딩방에는 자칭 '교수'와 '비서'가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로 매도와 매수 지시를 내리고, 주식이 어느 시기까지 얼마나 오를 것인지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그러나 키즈테크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0.1홍콩달러대(약 17원)다. 지난달 2일부터는 연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홍콩 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박수현-최근 반년간 키즈테크홀딩스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박수현-최근 반년간 키즈테크홀딩스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
일반적으로 주식 리딩방 사건에서는 허위 거래소를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편취한다. 가짜 사이트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만들어두고 해당 플랫폼을 통해 투자를 유도한 뒤, 피해자가 수익을 내고 출금을 유도하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결국 잠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리딩방에서는 실제로 투자를 권유했고, 피해자들은 개별적으로 증권사를 통해 투자했다.

국내 투자자가 리딩방에 속아 매수한 해외 주식이 폭락하는 사례는 반복된다. 무대는 홍콩과 미국 나스닥 시장을 오간다. 키즈테크홀딩스보다 이전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굉기그룹(HK:1718)과 나스닥에 상장된 이홈하우스홀딩스(EJH)가, 이후에는 홍콩의 중보신재그룹(HK:2439), 항익홀딩스(HK:1894)와 나스닥의 마이크로클라우드홀로그램(HOLO) 등이 리딩방에서 이용됐다.


피해가 반복되지만 관련자가 검거된 사례는 없다. 투자자 일부가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도 했지만 리딩방 일당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종목만을 이용해 조사 자체가 어렵고 피의자 특정에도 난관이 많아서다. 그동안 손해를 메우기 위해 또다른 리딩방 추천 종목을 매수했다가 추가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관련기사: '80% 폭락' 눈물 뺀 그 주식, 또 샀다…"우린 작전세력" 리딩방의 정체)

경찰은 해외 주식을 이용한 리딩방 전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즈테크홀딩스 사건은 수사가 잠정 중단됐지만 시도경찰청 단위의 수사팀에서 해외 주식을 이용한 유사한 리딩방 사건을 살펴보며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키즈테크홀딩스에 대해서도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가 추가 발견된다면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당국은 투자 판단을 할 때는 정보 제공자와 투자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때는 반드시 스스로 제대로 알고서 해야 한다"라며 "아무리 유망한 해외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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