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을 주원료로 한 시멘트로 지어진 그리스 테살로니티 주택 전경/사진=지영호 기자
현재의 그리스가 헬레니즘으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한 것처럼 그리스의 시멘트산업 역시 현재 세계에서 주목받는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 1위 시멘트 기업 타이탄(Titan, 현지 발음은 티탄)은 고대 그리스가 시멘트 산업의 근간을 만든 것처럼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멘트의 근간이 되는 석회석 사용량을 줄이면서 AI(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수소같은 대체연료까지 활용하고 있어서다. 타이탄은 그리스 3곳을 포함해 유럽, 북남미, 중동 등에 240여개 생산공장 가진 연매출 25억유로(약 3.7조) 메이저 회사다.
에프카르피아 공장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한다. 1962년 처음 운영을 시작한 후 2003년 생산라인을 전면 정비했다. 오른쪽이 처음 세워진 플랜트, 왼쪽이 신형 플랜트다./사진=지영호 기자
에프카르피아 공장의 COP(중앙통제실)에는 4명의 직원들이 상황에 따른 대응으로 분주했다. 특히 분쇄 작동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AI프로젝트(실시간 최적화기)를 통해 신설 당시보다 에너지를 30% 감축했다는 설명이다. '그린수소'의 활용도 눈에 띈다. 그린수소는 재생원료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다. 타이탄은 현재 전체 연료의 0.3~0.5%를 그린수소를 사용하고 있는데 점화장치, 연료전지 등으로 용처를 확대해 활용률을 10%까지 늘릴 예정이다. 2030년까지 타이탄 소속 공장에 모두 적용한다는 목표다.
스트룽가리스 바실리스 타이탄그룹 그리스 총괄책임자
하지만 이 시멘트공장에선 석회석 사용을 자제한다. 석회석(CaCO3)은 시멘트의 중간 결과물인 클링커(CaCO)의 주원료지만 이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킨다. 타이탄은 석회석을 대신할 보조원료를 적극적으로 발굴 중이다. 이미 석회석 사용량을 줄인 대신 대체원료 비중을 높인 저탄소 시멘트 레미콘 제품라인(ENVIRA, INTERFORCE, VIRIDIA)도 다수 만들었다. 타이탄은 2년간 2800만유로(한화 약 410억원)를 투자해 기존 시멘트 대비 탄소배출량이 15% 적은 저탄소 시멘트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스트룽가리스 바실리스(Stroungaris Vasilis) 타이탄그룹 그리스 총괄책임자는 "지난 5년간 매립지에서 가연성 폐기물 18만5000톤을 대체 연료로 전환했고 12만톤의 화석 연료를 절약했다"며 "특히 바이오매스의 대체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17만5000톤의 배출을 감소시킨 것은 테살로니키 거리에서 차량 6만대 운행을 차단한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에프카르피아 공장 중앙통제실에서 직원들이 작업 진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사진=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