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https://thumb.mt.co.kr/06/2024/05/2024052311164998878_1.jpg/dims/optimize/)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디지털포렌식 절차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드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사건 수사에서 핵심 증거로 빠지지 않는 디지털 증거를 조사·분석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건 처리가 줄줄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검찰 분위기는 해법 모색에 지치다 못해 무기력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디지털증거 분석 기술력의 수준이나 예산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검찰의 하소연이다.
현장상황도 변수다. 암호를 푸는 데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는 최근 이틀이면 충분할 것으로 봤던 압수현장에서 암호를 푸는 데 애를 먹어 5일 넘게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어렵사리 데이터를 확보해도 '참관'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은 참여권 보장을 위해 사건 당사자가 입회한 가운데 압수물 선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포렌식 절차에서는 당사자와 변호인이 참여해 자료를 한 건씩 꺼내보면서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느냐'를 따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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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참관실이 태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동부지검을 제외하면 대부분 참관실이 1개에 그치다보니 대기줄이 길다.
참관실 대신 영상녹화실 등에서 선별 작업을 진행하려면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동의가 수월하게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남부지검에서는 최근 이런 이유로 압수수색한 이후 6개월 넘게 사건이 방치된 경우도 있었다.
검찰이 궁여지책으로 80여명의 포렌식수사관 중 20명을 참관 전담 수사관으로 지정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
검찰 한 인사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방법이 없지 않냐"며 "어떻게든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검사들이 밤을 새서 자료를 볼텐데 포렌식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볼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