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3배 올린 이유 있었네…원가율 치솟자 '고육지책'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05.24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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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3배 올린 이유 있었네…원가율 치솟자 '고육지책'


#.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 (44,500원 0.00%)은 최근 부산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4구역 재개발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449만원(2016년 체결 계약상)에서 1126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총 공사비는 기존 1500억원에서 5400억원으로 늘어난다.

#.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재건축 정비사업은 최근 3.3㎡당 공사비를 13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강남권 재건축 중에서도 최고액 수준이다. 2017년 공사계약을 맺을 때는 569만원이었는데, 128.5% 증액된 금액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부산 등 전국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은 '악명'이 쌓여 향후 정비사업 수주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부담스러운 조치다. 그럼에도 공사비 증액을 강행하는 건, 손해를 보고 아파트를 짓는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금리 인상,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비 등으로 공사비 지수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따라 원가율(매출원가/매출)이 치솟았다는 건 지난 1분기 각 건설사 실적발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매출원가를 더 줄이기 힘든 가운데, 건설사들은 공사비 증액으로 '분모'인 매출을 올리는 고육지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지난 1분기 가장 높은 원가율을 기록한 곳이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95.2%에 달한다. 포스코이앤씨(94%)와 롯데건설(94%)의 원가율도 높은 수준이었다. 삼성물산 원가율이 84.7%로 가장 낮았는데, 삼성물산은 비건설 사업 부문 비중이 큰 건설사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원가율은 90.7%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건설업계에선 원가율로 80%대가 적정하다고 본다.

원가율은 수익과 곧바로 연결된다. 원가율이 높아지면 수익이 줄어든다. 건설사가 견딜만한 수준을 넘어서면, 주택을 짓고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건설사들이 잇달아 공사비 증액 카드를 꺼내는 이유다.


현대건설 (32,150원 ▼450 -1.38%)은 부산 범천1-1구역의 3.3㎡당 공사비를 540만원에서 926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 2, 4주구에선 546만원에서 829만원으로 증액을 추진한다. 삼성물산 (130,700원 ▼2,300 -1.73%)HDC현대산업개발 (17,080원 ▼30 -0.18%)이 시공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은 510만원에서 823만원으로, 대우건설 (3,720원 ▲5 +0.13%)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은 447만원에서 713만원으로 각각 공사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 갈등이 있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조합 등 시행자가 백기를 들었다. 건설사들이 최근 선별수주에 나서면서 시공사 구하기가 어려워진데다, 공사비와 분양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조합과 대우건설은 최근 공사비 306억원 증액에 합의했다. 앞서 공정률 40% 상황에서 공사중단 위기까지 놓였던 현장이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도 현대건설과 3.3㎡당 공사비를 기존 512만원에서 784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9월 이주를 앞두고 사업이 지체돼 금융비용 인상을 감수하는 대신 공사비 인상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154.85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가격변동을 나타낸다. 매달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율이 오른건 '남는 것'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건설사들의 주장의 근거가 된다"며 "시행자 입장에서는 공사를 멈추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오른 공사비는 향후 분양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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