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증가 속도 못 따라잡는 예금…은행채 발행 늘린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5.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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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 추이/그래픽=조수아은행채 발행 추이/그래픽=조수아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증가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 대출 증가 속도를 예금이 받쳐주지 못하자 자금 조달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우량채권인 은행채 발행이 늘어 일부 비우량채권이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20일 은행채는 5조1100억원 순발행되며 지난달에 이어 순발행 기조를 이어갔다. 은행채 발행액은 12조2000억원, 상환액은 7조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전체 채권발행액의 26.4%를 은행채가 차지했다.



은행채는 올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순상환을 지속했다. 지난 1분기 순상환된 금액이 10조4615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은행들이 적극적인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지난 4월에만 10조4996억원이 순발행됐다.

지난달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을 늘린 것은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증가액은 각각 5조1000억원, 11조9000억원으로 총 17조원에 이른다. 올해 들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특히 4월 배당금 지급, 1분기 말 재무관리를 위해 일시 상환한 대출 재취급 등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이어지고,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대기업 대출이 전월보다 6조5000억원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 증가액(5조4000억원)보다 많았다.

반면 지난달 은행권의 수시입출식 예금은 45조원 줄고, 정기예금은 4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말 대형 IPO의 수요예측 영향으로 수시입출식 예금이 크게 준 것도 있지만 올해 1~4월 수시입출식 예금과 정기예금은 총 6조3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출은 45조5000억원 늘었다.

대출 수요 증가를 예금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에서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 통로를 넓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은행권은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의 CD 발행 금액은 4조9000억원 늘었다.


초우량 채권으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일부에서는 비우량물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의 순발행액은 613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전체 채권에서 은행채 발행 비율은 14.2%였지만 이달 26.4%까지 상승했다.

은행권의 적극적인 은행채 발행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에도 지난 2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여신잔액은 15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수신잔액은 2조77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기업대출에서만 12조85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오는 7월부터 95%에서 97.5%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은행은 선제적 은행채 발행을 통해 LCR이 모두 100%를 넘어선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증가에 맞춰 은행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늘고 있다"며 "LCR 상향 조정도 은행권은 규정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 증가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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