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4.7만년 전 '로맨스' 덕분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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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독일 막스플랑크진화연구소 공동연구팀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7000년 전 중동 및 유럽 대륙 등지에서 만나 교류했다. 그 결과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에게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최근 연구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7000년 전 중동 및 유럽 대륙 등지에서 만나 교류했다. 그 결과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에게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고대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만남으로 현대 인류의 유전체에서 여전히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두 인류의 구체적인 교류 시점이 처음으로 추정됐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4만7000년 전 중동·유럽 등지에서 만나 약 6000~7000년간 교류를 이어왔다.

21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유전학과 연구팀·독일 막스플랑크진화연구소 공동연구팀이 16일(현지시간)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과거 어느 시점에 만났다는 증거는 다수 발표됐지만, 고대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체를 분석해 구체적인 시점을 추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안데르탈인은 고인류의 일종으로, 13만년 전 처음 출현해 약 4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현생 인류의 조상 격인 호모사피엔스는 각기 다른 대륙에 흩어져 살았다.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대륙에 서식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여전히 현대인의 약 2~3%에게서 관찰된다. 그간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 무리는 약 7만년 전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이때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중동 지역이나 유럽 대륙에서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지금으로부터 2200~4만5000년 전에 서유럽과 아시아에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호모사피엔스 59명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했다. 이중 가장 오래된 유전체는 서부 시베리아 대륙에서 발견된 호모사피엔스 남성과 체코에서 발견된 호모사피엔스 여성으로, 이들은 약 4만5000년 전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고대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체와 현대 인류 275명의 유전체를 비교해 두 유전체에서 모두 나타나는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확인했다. 이 DNA의 진화 과정을 역순으로 추적해 호모사피엔스의 DNA와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미묘하게 나뉘는 대략적인 지점을 찾아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약 4만7000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DNA와 조금씩 섞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 이후 6000~7000년 동안 두 인종의 교류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DNA가 상호교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고대 인류가 얼마나 잦은 빈도로 '동거'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종교배의 흔적이 발견된 DNA 중 약 5%는 네안데르탈인의 것"이라며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은 현대 인류의 피부 색소 침착, 면역 반응, 신진대사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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