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면 3만원" 서민 음식 치킨의 배신…가성비 찾아 시장·마트로[르포]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오석진 기자 2024.05.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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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옛날 통닭·대형마트 델리 치킨·냉동 치킨 인기…가게 앞은 대기자로 '북적'

22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통닭 골목의 한 가게 앞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22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통닭 골목의 한 가게 앞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6인 가족인데 기본 치킨 3마리는 시켜요. 맥주나 애들 음료수까지 시키면 10만원 금방이에요."

22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통닭 골목에서 만난 60대 박모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딸과 함께 치킨 가게를 방문한 박씨는 "가족들이 치킨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프랜차이즈 치킨은 너무 비싸서 자주 시켜 먹지 못한다"며 "1명씩 번 갈아 돈을 내도 지출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치킨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굽네치킨은 지난달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1900원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고추 바사삭'의 가격은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9900으로 올랐다.

이어 푸라닭이 단품과 세트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고 제네시스 BBQ도 오는 23일부터 110개 품목 중 23개 제품의 가격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BBQ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콤보'는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오른다. 배달비까지 합치면 치킨 '3만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가성비 통닭' 시대…옛날 통닭집 앞엔 낮부터 포장하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치킨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일명 '가성비 치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에서 파는 옛날 통닭이나 대형 할인마트의 델리 치킨 제품, 냉동 치킨 등이 인기를 끈다. 22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통닭 골목의 한 가게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치킨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일명 '가성비 치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에서 파는 옛날 통닭이나 대형 할인마트의 델리 치킨 제품, 냉동 치킨 등이 인기를 끈다. 22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통닭 골목의 한 가게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성비 치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파는 통닭이나 대형마트의 델리 치킨 제품, 냉동 치킨 등이 대안이다.

이날 청량리 통닭 골목의 한 통닭 가게는 이른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대기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한 노부부가 가게 직원에게 "들어갈 수 있냐"고 묻자 직원은 "기다리셔야 한다"고 답했다. 가게 직원은 가마솥 4개 중 3개에 기름을 붓고 쉴 새 없이 치킨을 튀기고 있었다.

손님 40대 김모씨는 "치킨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며 "아이들 때문에 프랜차이즈 치킨을 자주 시켜 먹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동대문구까지 치킨을 사기 위해 왔다는 50대 이모씨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1마리 주문할 가격에 여기서는 2마리를 살 수 있다"며 "집에서 멀긴 하지만 교통비 이상으로 절약된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오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고 밝혔다.

1만원 이하 치킨도 불티…손님들 "가격 더 오르면 굳이 비싼 돈 주고 사먹고 싶지 않아"
치킨 가격이 인상된 점을 노려 대형마트에서는 1만원 이하의 치킨도 선보이고 있다.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백화점 델리 코너에서 판매하는 닭강정의 모습. 가격표에는 7990원이 적혀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치킨 가격이 인상된 점을 노려 대형마트에서는 1만원 이하의 치킨도 선보이고 있다.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백화점 델리 코너에서 판매하는 닭강정의 모습. 가격표에는 7990원이 적혀있다./사진=최지은 기자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치킨도 상종가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모씨(50)는 "원래 마트에서 치킨을 잘 구매하지 않는데 요즘 치킨이 워낙 비싸니 한번 사봤다"며 오븐에 구워진 치킨 한 마리를 가리켰다. 랩으로 씌워진 치킨 위에는 7990원이 적힌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그는 "4인 가족인데 1달에 1번 정도 치킨을 시켜 먹는다"며 "가격이 더 오르면 이마저도 줄일 것 같다. 굳이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치킨을 주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델리 치킨 판매대를 둘러보던 주부 김모씨(45)는 "요즘은 냉동식품도 잘 나와서 집에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으니 괜찮았다. 1만 5000원 정도면 배달해 먹을 텐데 2만원이 넘는 건 부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치킨을 체감 가격변동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품목으로 꼽았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치킨은 쌀처럼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품목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즐겨 먹는 메뉴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경우 시민들의 체감 폭이 크다"며 "소비자들의 허용 범위를 넘는 수준으로 가격이 인상되면서 가성비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본부가 가맹점에게,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가격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이어지기에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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